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모바일 RPG '소녀전선'이 오프라인 행사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소녀전선' 퍼블리셔 X.D 글로벌 리미티드(구 룽청, 이하 X.D)는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 인근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 성인 대상 종합 동인 행사 '케이크스퀘어 레드'에 참가해 '소녀전선' 관련 상품(굿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날 운영된 팝업스토어는 '소녀전선' 국내 첫 오프라인 공식 이벤트였다. 또한, 판매되는 상품들은 열쇠고리, 아크릴 받침대, 중국어 설정집, 철댕이 인형, 티셔츠, 그리폰 그릇, 슬리퍼, 스포츠 타올, 1주년 기념 초대형 마우스 패드, 컵 받침 세트 등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상품들로 구성됐고 게임 쿠폰과 쇼핑백이 행사 참가 사은품으로 무료 제공돼 유저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케이크스퀘어 레드' 이벤트 대행사 케이크스퀘어와 '소녀전선' 퍼블리셔 X.D는 행사 당일 운영 미숙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되는 1부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2부로 나눠서 운영됐다. 이에 따라 케이크스퀘어는 1부 입장권과 2부 입장권 각각 9,000원, 통합 입장권 14,000원으로 사전 판매했다. 하지만 케이크스퀘어는 행사장인 플랫폼-엘 수용 인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별다른 제한 없이 입장권을 판매했다.
'케이크스퀘어 레드'가 열렸던 플랫폼-엘에서 '소녀전선' 부스가 운영됐던 1층 중정은 66.5평으로 수용인원은 300명이었고 팝업스토어가 운영됐던 2층 갤러리 아넥스는 15.4평으로 수용인원은 40명이었다. 이처럼 제한된 수용인원 수에도 불구하고 케이크스퀘어는 제한 없이 입장권을 판매했다.
그 결과 행사 당일 유저 수천 명이 몰렸고, 새벽부터 대기하던 일부 유저를 제외한 대다수 유저는 행사장에 입장하지도 못하고 발길들 돌려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입장 대기열이 행사장 밖으로 길게 이어지면서 주변 상가 입구를 막아 이용에 불편을 끼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운영사인 케이크스퀘어 측은 입장권 사전 예매자, 현장 구매자를 구분하지도 않았고 '소녀전선' 팝업스토어 방문객과 다른 부스를 찾은 방문객을 구분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됐다.
문제는 '소녀전선' 팝업스토어에서도 발생했다. X.D가 준비한 다양한 상품들은 행사장을 찾은 유저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여기에 행사 이틀 전인 9월 21일, X.D가 유저 14만 명이 가입한 공식 카페가 아닌 비공식 커뮤니티에서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상품 목록과 가격을 공개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당시 글에서 X.D 관계자는 "맨 처음 행사를 기획할 때 최대 3천 명 정도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지금 추정 예상 방문객이 6천 명을 돌파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X.D 측에서도 행사 전부터 방문 유저 수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유저들은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행사 당일 미숙한 운영을 보여준 케이크스퀘어와 X.D를 질타하고 있다.
이날 열린 '소녀전선' 팝업스토어에 방문하기 전 '소녀전선' 유저들은 다양한 게임 관련 상품을 한아름 들고 귀가하는 꿈을 꿨으나 현실은 정 반대였다. 관련 상품은커녕 입장 시 기본 제공되는 게임 쿠폰마저 모두 같은 번호로, 현장에 가지 않은 유저들도 가질 수 있는 상품이었다.
'소녀전선' 첫 오프라인 행사는 원활하지 못한 운영으로 적지 않은 유저 마음속에 상처로 남았다. 이에 따라 행사 운영 측인 케이크스퀘어와 주최 측인 X.D는 각각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카페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케이크스퀘어는 9월 25일 사과문을 통해 "지난 9월 23일 진행되었던 '제1회 케이크스퀘어 레드'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여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큰 불편과 실망감을 안겨 드렸다"며 "특히 행사장까지 찾아 주셨음에도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헛걸음을 하게 되신 분들께 더욱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크스퀘어는 "찾아주시는 분들의 수를 예측하지 못하고 미리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던 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케이크스퀘어의 실책으로, 이 점 거듭 사과 드린다"라며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하신 분들께 전액 환불 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니, 행사장까지 찾아주시는 시간과 노력은 어떻게 해서도 보상해 드리기 어렵지만 이렇게나마 사과의 말씀을 전해 드린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X.D는 공식 카페를 통해 '케이크스퀘어 RED 보고서 및 사과문'이라는 글을 공지했다. 해당 글에서 X.D는 "안녕하세요 지휘관 여러분! 카리나에요~ 23일 진행된 케이크스퀘어 RED 행사를 직접 찾아주신 모든 지휘관님들께 감사말씀 드립니다!"라며 "지휘관님들의 '소녀전선'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관심에 크게 감동했엉~"라고 행사 당시 상황을 전하는 글을 시작했다.
이어진 글에는 행사 당시 촬영된 유저 대기열과 '소녀전선' 게임 내 캐릭터 코스프레 사진이 함께 올려져 있었다. X.D는 글을 마무리하며 행사 당일 진행된 물거북 작가 사인회 사진과 함께 "물거북님 인기가 상당하시군용!"이라며 "다음에 저도 사인 부탁드려용~ㅎㅎ"라고 행사장 소식을 마무리했다.
X.D는 행사 소식을 전하는 글 끝에 [사과문]이라는 문구와 함께 사과문을 남겼다. 다음은 '소녀전선' 공식 카페 공지사항 '케이크스퀘어 RED 보고서 및 사과문'에 남겨진 사과문 전문이다.
[사과문]
모든 지휘관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즐기셨다면 좋았겠지만,
저희의 미숙한 준비와 진행으로 불편함을 겪으신 모든 지휘관 여러분들께 사과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추후 진행될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지휘관 여러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즐기실 수 있도록 더욱 철저한 준비와 사전조사를 약속드립니다.
또한 굿즈 상품에 대해서도 정확한 수요조사를 통한 물량준비와 지속적인 추적확인을 통한 굿즈의 배송누락 방지를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동일한 굿즈 구매 한도 수 설정 등 융통성 있는 운영을 통해 최대한 많은 지휘관님들이 원하시는 상품들을 구매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소녀전선의 첫 오프라인 행사에서 미숙한 운영으로 지휘관님들께 불편함을 드린 점 다시한번 진심으로 사과말씀 드립니다.
'소녀전선' 공식 카페를 통해 팝업스토어 관련 글과 사과문이 게재된 후 유저 사이에서 사과문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유저들은 행사에 유저들이 많이 참석해 좋았다는 자랑 글과 유저들에게 보내는 사과문이 한 글에 함께 올라와 있는 점을 지적했다. 따로 글을 분리해 작성할 수 있는 관리자가 굳이 자랑 글과 사과문을 한 글에 묶어 게재한 점으로 볼 때, X.D는 유저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녀전선'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양대 마켓 매출 3위를 달성할 정도로 유저들로부터 사랑받는 게임인데 이번 오프라인 행사는 미숙한 운영으로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유저 14만 명이 가입해 있는 공식 카페 공지사항에서 유저들이 참석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던 현장 사진과 함께 사과문을 함께 게재한 점은 X.D가 국내 유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