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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화의 HOOK가요] 아이유, 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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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의미가 남다른 가수다. 아이유가 가요사에 또 한 번 '꽃갈피'를 꽂았다. 이는 명곡을 좀 더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표시'이기도 했고, 그 시대로 함께 가보자는 초대장이기도 했다. 키워드는 '재해석'. 아이유의 목소리를 통해 되살아나는 명곡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이것이 '추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의 '소통'으로 이어지며 세대를 관통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차츰 잊혀져 가고 있는 예전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과 낭만을 다시금 일깨워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세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음악적 공감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자신이가진 '음원 파워'를 의미 있게 쓰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시대를 초월함으로써 명곡은 다시 한 번 아이유를 통해 '명곡'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이유는 확실히 성장했다. 2014년 발매했던 첫 '꽃갈피' 이후 약 3년 만의 리메이크 앨범. 이 시간동안 아이유는 서태지와의 콜라보레이션('소격동'.2014)으로 대선배들과의 접근성을 높이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전곡을 프로듀싱한 앨범('CHAT-SHIRE'.2015)를 통해서는 뮤지션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동시에 곡의 해석을 두고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제제'), 이를 정규 4집 앨범 'Palette'를 통해 극복해내면서 진짜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선 모양새다.

이에 원곡자들은 물론 대중들도 그에게 명곡을 허락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유였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차분하고 듣기 편안한 음색을 통해 아날로그 감성을 극대화 시킨다는 것 역시 매력적인 지점이다.

자신이 불러 일으킬 파급력을 알기에 '꽃갈피'도 허투루 꼽지 않았다. 아이유는 평소 아껴왔던 좋은 글귀를 소개하는 마음으로 직접 이전 세대의 음악들을 선곡하고, 정성스럽고 세심하게 발췌했다. 정재일, 고태영, 홍소진, 강이채, 적재, 임현제(혁오), 김성모, 정성하 등 폭 넓은 세대와 장르의 뮤지션들과 협업, 원곡 고유의 정서 위에 자신의 색채를 덧입히며 애정을 쏟기도 했고.

지난 22일 발매한 새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은 그렇게 탄생했다.

얼마 전 故 김광석의 곡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이번 신보에서 제외하게 된 사연이 전해지면서 아이유의 가치는 한 차례 더 빛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불거진 故 김광석을 둘러싼 논란으로 오프라인 앨범 발매를 연기하는 초강수를 둔 것인데, 현실적 이야기와 맞물려 노래 자체가 왜곡될까 우려한 결정이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인상적이다.

아이유로서는 안타까운 결정일 수밖에 었다. 해당 곡에 대한 애정이 워낙 높았고, 뮤직비디오에는 절친한 배우 박정민이 출연하는 등 원곡이 주는 감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애썼기 때문. 하지만 현재 원곡자인 故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불거지며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해당 곡을 수록할 수가 없었다. 리메이크한 진심이 다른 방향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내린 결정이다.

아이유는 지나 24일 열린 자신의 팬미팅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는 "원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2번 트랙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 앨범에서 빼게 됐다"며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겨서 이 노래를 고민 끝에 빼기로 했다. 현실적 이야기와 맞물려 노래 자체가 왜곡될까 내린 결정이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만큼이나 섭섭해하는 팬들을 위해 팬미팅 현장에서 특별히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직접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줬다고. 앨범의 오프라인 발매는 오는 10월 중순으로 연기 됐다.

그럼에도 아이유의 '꽃갈피'는 각종 음원사이트의 순위권에 꽂혀있다. 원곡에 담긴 아날로그 감성과 마주한 아이유 특유의 서정성. 다시금 세대와 세대를 잇는 진한 공감과 울림이 만들어졌다는 평이다.

joonam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