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들이 후반기를 지배하고 있다.
올 시즌 전반기 국내 에이스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전반기 평균자책점 2.81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었다. 2위는 두산 베어스 장원준(2.86)이었다. 그 외 NC 다이노스 에릭 해커(2.93)와 kt 위즈 라이언 피어밴드(2.95)가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어 LG 트윈스 차우찬이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했다. 5위 안에 국내 투수 3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장원준(3.22), 차우찬(3.32), 박세웅(3.43)이 나란히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후반기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이 확 좋아졌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후반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건 단연 브룩스 레일리(롯데)다. 그는 전반기에 다소 부진했다. 17경기에서 6승7패, 평균자책점 4.67(98⅓이닝 51자책점)을 마크했다. 퀄리티스타트가 7번으로 박세웅(11번)보다 적은 수치였다. 롯데의 전반기 에이스는 확실히 박세웅이었다. 그러나 레일리는 후반기 12경기에서 7승무패,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 중이다. 최근 10연승을 달리고 있다. 시즌 초 공략당했던 체인지업, 슬라이더가 완벽히 살아난 모습. 볼넷도 확연히 줄었다. 롯데가 NC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2위는 피어밴드(3.20). 전반기보다 평균자책점이 상승했지만, 기복이 크지 않다. 팻 딘(KIA·3.23)과 헨리 소사(LG·3.24)가 뒤를 잇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역시 전반기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팻 딘은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4.88(99⅔이닝 54자책점)로 높았다. 피안타율이 3할2푼6리에 달했다. KIA 선발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후반기 피안타율을 줄이면서 반등했다.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하는 KIA이기에 더 희망적인 부분이다. 소사도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4.22(98이닝 46자책점)로 다소 높았으나, 어느새 3점대로 낮췄다. 두 번의 완투가 있었다.
LG 데이비드 허프도 후반기 최고 에이스다. 복귀가 다소 늦었다. 지난 8월13일 1군에 돌아왔고, 이후 8경기에 등판해 3승무패, 평균자책점 1.08(50이닝 6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초 공을 많이 던지지 않아 체력이 남아있다. 패스트볼에는 힘이 있고, 컷패스트볼은 타자들이 알고도 쉽게 칠 수 없다. 몸쪽 승부가 돋보인다. 피안타율이 무려 1할7푼6리. 상대 타자들이 거의 못 쳤다고 봐야 한다. 규정 이닝만 채우지 못했을 뿐, 후반기에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 중 한 명이다. 다만, 압도적인 피칭을 하고도 후반기 3승에 그치고 있다. 허프는 가을 에이스다운 모습이지만, LG는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위기에 놓여있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