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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경기 출전 상주 수비수 김진환 "군대와서 달라졌다는 얘기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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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갔다 와서 달라졌다는 소릴 듣겠습니다."

상주 상무는 최근 화제의 팀이다. 2경기 연속 극장골 승리를 포함, 무패행진(2승1무)으로 부진을 딛고 '군인정신'을 뽐내는 중이다.

특히 지난 30라운드서 최강 전북을 극장골로 잡아내며 K리그 클래식 우승 경쟁을 한층 흥미롭게 만들었다.

상주의 상승세 과정에 숨은 공신이 있다. 중앙 수비수 김진환(28)이다. 독특한 사연을 가진 '유부남' 장병이기도 하다. 김진환은 지난 23일 제주전(2대2 무)에서 개인 통산 1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2011년 강원에서 데뷔한 그에게는 남다른 기록이다. 군대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대 말년 고참들을 우선 기용하는 상주의 특성상 벤치워머로 따라다녔다가 이제서야 본격적인 출전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내년 9월 원소속팀 광주FC로 제대 복귀한 뒤 "저 친구, 군대 갔다 와서 달라졌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한층 성장한 수비수가 되는 게 남은 군생활 목표란다. 100경기 출전을 시작으로 상주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아 새출발한다는 각오를 다진 것도 그래서다.

김진환에게 군대에서 맞은 100경기가 남다른 이유는 또 있다. 아내 등 가족때문이다. 김진환은 다소 희한한 결혼식을 올렸다. 2016년 12월 4일 7년간 열애하던 박 샘씨(27)와 백년가약을 한 뒤 이튿날인 12월 5일 '입영열차'를 탔다. 신혼여행은 고사하고 눈에 밟히는 가족을 집에 두고 병영생활로 접어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선수인 자신과 맞벌이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와 시간이 맞지 않아 연애때도 데이트 한 번 제대로 못했는데 정작 결혼을 하고도 '생이별'을 했다.





상주에서 가끔 휴가를 얻으면 경기도 일산 집까지 왔다 갔다 하루를 허비해야 하는 애틋한 '이산부부'였다. 그마저도 군인 신분인지라 1∼2개월에 한 번 상봉할 수 있으면 감지덕지였다.

그래도 김진환은 "내가 무명 시절부터 그랬고, 늦은 나이에 군생활을 할 때 흔들리지 않도록 힘이 되어 준 이가 아내였다"면서 "아내가 가장 고맙고, 가장 미안하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뛰게 된다"고 말했다. 김진환은 인천에서 뛰던 2015년 시즌 '골넣는 수비수'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 시즌에 수비수로 공격에 가담해 생애 처음으로 3골이나 넣었다. 당시에도 김진환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알려지지 않은 선수로 뛸 때도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붙잡아 준 것은 가족의 힘"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진환이 아내 만큼이나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이가 또 있다. 소속팀 '친구' 김병오 이종원이다. 그는 이들에 대해 "평생 잊을 수 없는 '전우'를 잘 만났다"고 했다. 김진환은 입대 전까지는 이들을 잘 몰랐다. 김병오와 이종원은 대학(성균관대) 동기로 이전부터 절친이었다. 김진환은 입대 동기로 김병오를 먼저 알았고, 45일 늦게 입대한 '졸병' 이종원과의 인연은 김병오가 다리를 놨다. 이렇게 만난 '삼총사'는 힘든 군대생활에서 서로 의지하는 둘도 없는 '전우'가 됐다고 한다.

김진환은 "내가 출전기회를 얻지 못할 때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고 많은 격려를 해준 친구들이다. 개인운동을 나가려고 하면 같이 군장 메고 '뺑뺑이' 도는 전우처럼 서로 운동을 도와주는 등 의리를 보여줬다"면서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군대에서는 아내보다 더 의지하는 친구들"이라며 웃었다.

후배들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신세계 홍 철과 윤주태를 가리키며 "군생활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고 힘을 주는 후배들이다. 후배지만 배울 점도 많은 진정한 프로 선수"라고 했다.

자기 PR보다 주변 사람 칭찬에 더 바쁜 김진환은 팀의 보배 주민규를 향한 응원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6경기 연속골(총 9골)을 폭발시킨 주민규는 올시즌 현재 13골-4도움을 기록중이다. 김진환은 "주민규가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같은 수비수가 뒷선을 든든히 지켜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주민규의 골 기록을 위해서라면 수비수로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는 김진환이었다. 군대에서 맞은 100경기로 축구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겠다는 각오도 묻어났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