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800만 관중 달성. KBO리그 흥행 열기는 여전히 뜨겁지만, 마냥 자축의 박수만 치고 있을 수는 없다.
KBO리그는 지난 23일 695경기만에 800만 관중을 넘어섰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에 이어 KIA 타이거즈가 구단 역사상 최초로 100만 관중을 돌파했고, 롯데 자이언츠도 100만 관중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롯데는 2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지난해 833만명으로 첫 800만 돌파,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작성한 KBO리그는 여전히 한국 프로스포츠 중 가장 인기있는 종목임을 재확인 했다.
하지만 관중 숫자로 흥행 성공을 언급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프로야구 관중 800만 시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까.
▶승부 조작, 금품 수수…논란은 그만
지난해 리그 전체를 뒤덮었던 승부 조작 악령은 올 시즌초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올해 KBO리그 최대 화두는 최규순 전 심판위원과 관련한 금품 수수 논란이었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고, 구단과 몇몇 주요 관계자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결국 두산과 KIA, 삼성 라이온즈, 넥센 히어로즈가 과거 최규순 심판에게 몇 백만원 단위의 금액을 빌려준 일이 있음을 인정했다.
아직 검찰 최종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런 논란은 결국 리그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특히 구단 혹은 구단 관계자와 심판이라는 특수한 관계성이 팬들을 들끓게 하는 대목이었다. 설령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의도가 있었다는 오해를 피할 수가 없다.
▶거품 낀 몸값, 껍데기만 요란하다
지난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최형우가 KIA와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을 하면서 처음으로 '100억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롯데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친 이대호와 4년 150억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역대 최고 몸값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제 스타급 선수들에게 100억은 어렵지 않은 액수가 됐다. 선수들의 몸값이 큰 폭으로 뛴 것이다.
시장 논리에 근거해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현재 스타 선수들의 몸값이 리그 수준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예전에는 일본과 큰 차이가 났지만, 현재는 특급 선수들의 몸값에 별 차이가 없다.
때문에 'FA 등급제' 등 몸값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관련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선수들의 기준치는 갈 수록 높아지는데, 제어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정 선수들에게만 과도한 금액이 몰리면, 리그 전체 불균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10구단 체제 얕아진 선수층 고민
브랜든 나이트 코치, 앤디 밴헤켄 등 한국에서 오래 뛴 외국인 선수들에게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이 "선수 개개인, 특히 타자들의 파워가 굉장히 향상됐지만 리그 전체 선수층은 얕아진 것 같다"였다.
올해는 10번째 구단 kt 위즈가 창단한 후 3번째 시즌이었다. 엘리트 체육에 대한 기피와 저출산 현상으로 갈 수록 야구를 선택하는 유소년의 숫자는 줄어가는데, KBO리그는 역사상 가장 많은 팀이 1군에서 함께 뛰고 있다.
타고투저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144경기 페넌트레이스를 소화하기에 현재 각팀들이 보유한 투수력으로는 힘에 부친다.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도 2명에서 3명으로 늘렸지만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고민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리그, 구단, 현장까지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