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현재 올 시즌 중 가장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불펜의 안정감은 10개 구단 중 최고다. 다른 팀들이 허약한 불펜으로 가슴 졸이고 있을 때 두산 팬들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마음이 놓이고 있다.
이 가운데 불펜에 미묘한 경쟁이 붙었다. 바로 '셋업맨'자리를 놓고 말이다.
후반기 들어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중인 김강률은 최근 마무리로 보직이 변경됐다. 그러면서 기존 마무리 이용찬이 셋업맨 역할을 하게 됐다. 시즌 초반 이용찬과 함께 더블스토퍼로 활약하다 후반기에는 줄곧 셋업맨으로 뛰었던 이현승도 있다. 그리고 시즌 내내 5선발로 활약했던 함덕주도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미리 불펜으로 왔다. 함덕주에게 현재 가장 어울리는 보직 역시 셋업맨이다.
두산은 셋업맨 자리에 3명의 투수가 대기하고 있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실제로 지난 22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선 선발 장원준이 7회말 마운드에 오르자 불펜에서는 이용찬과 함덕주가 동시에 몸을 풀기 시작했다. 위기에 몰리면 7회에 등판, 아니면 8회에 셋업맨으로 마운드에 서기 위해서다. 결국 장원준은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8회에는 함덕주 대신 이용찬으로 교체됐다.
이용찬은 8회를 실점없이 막아내고 9회 김강률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6-0으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선 이용찬은 선두타자 최원준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김선빈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안치홍의 중견수 뜬공 때 2루주자 최원준이 2루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가 귀루하지 못하고 아웃되지 않았더라면 실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큰 점수차였기에 망정이지 1,2점차 박빙의 승부였으면 이용찬은 교체됐을 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이용찬이 셋업맨으로서도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현승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3-1로 앞선 6회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안타를 허용하며 강판됐다. 지난 1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도 8-11로 뒤진 5회 1사 2,3루의 위기 상황에 등판해 첫 타자 권희동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재비어 스크럭스는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모창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이현승의 책임주자는 아니었지만 이현승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후 경기에서 이현승은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함덕주는 불펜으로 온 다음에도 활약이 좋다. 올시즌 7경기를 구원으로나서 2승무패, 13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창원 NC전에서도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전임 마무리 이용찬, 관록의 이현승, 전천후 투수가 된 함덕주. 이들이 포스트시즌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할 때 팀 승리를 이어줄 셋업맨이 되기 위해선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좀더 활약할 필요가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