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인가.
LG와 넥센의 가을야구 꿈이 희미해지고 있다. LG는 16일 한화 이글스에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5위 경쟁에서 갈 길이 먼데 3연패는 치명타다. 그 패배도 하위권팀 kt 위즈와 한화에 당해 더욱 처참하다. 넥센 히어로즈 역시 같은 날 NC 다이노스와 혈전을 펼쳤지만,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14대15로 졌다. 넥센 역시 3연패다. 5위 SK와 6위 LG의 승차는 2.5경기, 그리고 SK와 7위 넥센의 승차는 3.5경기다. 이제 정규시즌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2.5경기 차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
LG와 넥센은 올시즌 기막힌 평행이론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5위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 7월28일부터 8월20일까지 이기고 지고가 같았다. 중간 LG 경기가 우천취소가 돼 넥센이 1경기를 더한 것을 빼고는 승패 경우가 같았다. 그렇게 어느 한 팀이 도망가지 못하고 치열한 5위 경쟁을 벌여 야구계에서는 두 팀 중 이 평행 이론을 먼저 깨고 나가는 팀이 5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9월 들어 그 평행이론이 균열 조짐을 보였다. LG가 먼저 무너지는 듯 했다.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LG가 지난 7일과 8일 열린 넥센 맞대결을 앞두고 선두 KIA 타이거즈 2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기적같이 살아났다. 그리고 넥센 2연전 1승1무를 기록했고, 그 때부터 넥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LG가 가을야구 막차 티켓 최종 승자가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두 팀은 서로를 버리지 않았다. 밑에서 차분하게 기회를 보던 SK 와이번스가 대폭발했다. SK는 LG에 1무1패를 하고 온 넥센에 2연승을 거두며 진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SK의 약진에 두 팀이 주눅이 들었다. 최근 지는 패턴도 비슷하다. 모든 힘을 쏟아붓고 접전 상황 마지막 집중력 싸움에서 진다. LG가 kt 위즈를 상대로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하니, 넥센도 기다렸다는 듯 NC전 연장 끝내기 패를 당했다. LG는 같은날 한화를 상대로 7회 1-0 리드를 가져갔지만 결국 불펜진이 무너지며 1대3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한화는 LG를 혼내주기 전, 넥센을 만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역전에 충분한 경기수가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 상태라면 두 팀 모두 가을야구 도전이 쉽지 않다. LG는 지독히도 터지지 않는 방망이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어 보인다. 점수가 나지 않자 선발 투수들이 너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불펜투수들이 1~2점 리드에 불안감을 느낀다. 타자들도 어떻게든 점수를 내보려고 하는데, 이게 독이 돼 주루 실수나 수비시 집중력 부족까지 연결되니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넥센도 마찬가지. 잘해주던 선발 최원태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잘 버텨주던 불펜진도 이제 방전 수준이다. NC전 김상수가 무려 44개의 공을 뿌리고도 패한 건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세현의 이적, 한현희의 부진, 조상우의 복귀 실패 등이 가져온 참사다.
과연, 올시즌 비슷한 행보를 보여온 두 팀의 시즌은 이대로 끝일까 아니면 기적적으로 살아나 홀로 다른 길을 갈 팀이 나타날 수 있을까. 16일 경기 후 땅을 치던 양팀은 연승중이던 SK가 롯데 자이언츠에 덜미를 잡힌 것을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