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기약 없이 치열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야 한다는 것. 아이돌에게는 데뷔한다는 것 자체가 서바이벌이긴 했다. 최근에는 좀 더 본격적이다. 이 과정을 대중에 고스란히 공개하는 방식으로 데뷔에 앞서 진짜 가능성을 평가 받고 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서 멤버들의 매력을 어필하고 시작 전부터 팬덤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요 기획사들은 아이돌 그룹 데뷔를 전후로 이들의 매력을 눌러담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 다양한 콘텐츠로 팬심을 자극해온 바다.
최근 트렌드는 리얼리티에서 서바이벌로 넘어오고 있는 분위기. 우후죽순처럼 서바이벌 포맷의 아이돌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고, 단발성 온라인 콘텐츠들이 리얼리티 예능을 대체하는 현상이 이를 설명한다.
일단은 강력한 화제성이 강점이다.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화제성을 자랑 하는데, 여기서 빛을 발한다면 화제의 인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어필 되며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특히 팬덤을 모아야 하는 아이돌의 경우 이 포맷과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서바이벌은 누군가를 응원하면서 보게 되기 마련인데, 이는 팬심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내가 응원하는 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이 애정이 점차 탄탄해지고 커져 가는데,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이 끈끈한 관계가 유지된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이런 특징을 가장 잘 살려낸 프로그램이 Mnet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듀스 101'이다. 대놓고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로 부르며 관심과 애정을 당부하는데, 서바이벌과 성장,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를 적절하게 활용한 이 전략은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여기서 파생된 걸그룹 아이오아이가 성공을 거뒀고, 시즌2에서 탄생한 그룹 워너원은 데뷔와 동시에 국내 정상급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 심지어 해당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연습생들도 하나 둘 데뷔하며 각자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Mnet '식스틴'을 통해 데뷔한 JYP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트와이스 역시 국내 정상의 걸그룹으로 거듭난 바. '아이돌'과 '서바이벌'이라는 조합이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주자 업계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미 데뷔했던 팀들도 다시 서바이벌에 도전해 데뷔하는 마음으로 재기를 꿈꿀 정도다.
한 가요 관계자는 "최근에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은 서바이벌 출신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팀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먼저 주목을 받고 데뷔를 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데뷔 전부터 관심과 사랑을 보장 받는다는것은 확실한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기획사들도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오는 10월 3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론칭 된다. 먼저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프로그램은 '프로듀스 101'을 탄생시킨 한동철 PD과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 대표가 의기투합한 '믹스나인'이다. 양현석 대표가 전국 곳곳에 있는 50개 이상의 기획사를 탐방하며 숨은 원석을 찾아내는 모습을 그리는 포맷이다.
KBS는 이미 데뷔한 팀들로 서바이벌을 벌인다. 10월 28일 첫 방송을 예고한 '더 유닛'은 연예계 데뷔 경력이 있으며 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은 참가자들의 재능과 잠재력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현재 약 90여개의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는 참가자들이 출연을 예고했고, 그룹 빅스타와 브레이브걸스의 멤버 유정과 은지, 유나, 티아라 출신 아름, 그룹 소년공화국, 달샤벳의 세리, 우희, 다이아의 멤버 예빈, 솜이 등도 출연을 예고하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JYP는 Mnet과 보이그룹 서바이벌을 선보인다.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들 vs JYP'. 기존의 데뷔 서바이벌과 같이 미션을 통해 개개인이 살아남아 팀이 되는 구조가 아닌 '전원 데뷔'라는 공동 목표를 가졌다는 점이 차별점이지만, 대결과 경쟁이 프로그램의 중심을 이룬다.
확실히 아이돌들의 데뷔 루트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미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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