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가 또 무너졌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니퍼트는 1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중요한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이 NC에 1.5경기 차 추격을 받고 있었고, 더 멀리 달아나 안정적으로 2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NC와의 원정 2연전 승리가 필요했다.
니퍼트 개인에게도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찬스였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니퍼트는 3⅓이닝 동안 11안타(3홈런) 2탈삼진 2볼넷 11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하고 아쉬움 속에 물러났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3㎞까지 나왔지만, 경기 초반 고비마다 홈런을 허용하며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1회말 나성범에게 선제 솔로포를 맞은 후 2회말 손시헌에게 투런을 내줬고, 재비어 스크럭스에게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주는 스리런 홈런까지 나왔다. 홈런을 맞은 3개의 공 모두 직구였다. NC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직구에 기다렸다는듯 반응했다. 결국 니퍼트는 4회도 채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다. 총 투구수 83개.
11실점은 니퍼트가 지난 2011년 KBO리그에 데뷔한 후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이다. 종전은 9실점이었다. 공교롭게도 9실점과 11실점 모두 올 시즌에 나왔다. 지난 6월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3이닝 11안타(1홈런) 9실점을 기록했었고, 3개월 가까이 흐른 후 NC전에서 다시 무너졌다. 당연히 두자릿수 실점도 처음이다.
니퍼트는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KIA전에서 4이닝 7실점(6자책), 다음 등판이었던 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6실점을 했다. NC전까지 포함하면 3경기 연속 6자책 이상을 내준 것이다. 두산에서 7시즌째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그의 안정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낯선 부진이다.
1981년생인 니퍼트는 올해 만 36살이다. 적지 않은 나이다. 또 한국에서 뛴 7시즌 중 한번을 제외하고 모두 100이닝 이상 풀타임을 뛰었다. 시즌 종반부에 들어서면서 누적된 피로가 구위 하락으로 연결됐을 수도 있다.
특별히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김태형 감독도 조급하지 않게 니퍼트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정규 시즌 종료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니퍼트의 거듭되는 부진은 충분히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다른 선발 투수들이 잘해주고 있지만, 단기전에서 니퍼트가 갖는 위압감과 무게감은 또 특별하기 때문이다.
창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