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 K리그 클래식 소속이었던 성남FC는 스플릿 사선을 힘겹게 넘나들고 있었다. 선두다툼을 벌이면서 장밋빛 꿈을 꾸던 시즌 초반과는 딴판이었다. 빈약한 선수층, 무승행진 속에 날이 선 화살은 김학범 감독(현 광주FC)을 향했다. 김 감독은 반전을 외쳤지만 구단이 선택한 카드는 경질이었다. 이후 성남은 대행체제로 반등을 노렸지만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거둔 승리는 단 1승 뿐이었다. 창단 첫 강등의 눈물을 뿌린 뒤 후회했지만 버스는 지나간 뒤였다.
강원FC의 최근 행보는 마치 지난해 성남의 데자뷰를 보는 듯 하다. 스플릿 그룹A(33라운드까지 1~6위) 마지노선인 6위를 기록 중이던 지난달 13일 돌연 최윤겸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09년 팀 창단 이래 최장수 감독으로 챌린지(2부리그) 시절부터 팀을 이끌어온 그의 리더십은 호평을 받았다. 최 감독이 올 초 강원과 재계약을 맺을 당시 축구계 안팎에선 '강원이 일정기간 목표치에 들지 못하면 최 감독이 계약기간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진실은 강원과 최 감독 만이 알고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풍문이 현실화된 모양새다. 강원은 최 감독의 후임으로 새 사령탑을 찾겠다고 했지만 한 달 동안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코치진까지 모두 물러났던 성남과 달리 강원은 박효진 수석코치를 비롯한 나머지 코칭스태프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보는 흡사하지만 강원이 성남처럼 '수직추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럴까.
우선,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근호를 필두로 주전 대부분이 건재하다. 부상으로 세 달 가까이 쉬었던 정조국도 지난 10일 전북 현대전에서 복귀해 골맛을 봤다. 주전, 백업 간의 기량 차가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주전들의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베스트 전력은 좋은 편이다.
둘째, 경쟁 구도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현재 승점 40으로 6위를 지키고 있는 강원과 7위 포항(승점 34) 간의 간격은 6점이다. 스플릿까지 남은 5경기에서 강원이 3승1무를 기록하면 자력으로 그룹A행이 확정된다. 포항의 상황에 따라 그룹A행은 조기 확정될 수도 있다. 포항을 쫓고 있는 전남(승점 31·8위), 대구(승점 30·9위), 인천(승점 27·10위), 상주(승점 25·11위)와의 격차는 더 크다. 광주(승점 20·12위)는 이미 제쳤다.
결국 전력이나 경쟁구도를 감안할 때 강원은 지난해 성남과 달리 그룹A에서 남은 시즌을 마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물론 변수는 있다. 박 감독대행 체제에서 강원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북전에서는 전반에만 4실점을 하면서 초반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득점으로 격차를 1골차로 좁히기는 했지만 불안감을 남겼다. 경고누적과 퇴장, 부상 등 돌발변수를 메울 만한 백업 부족과 만만찮은 동기부여로 무장한 상대와 맞서며 누적될 피로감을 어떻게 극복할 지도 지켜봐야 할 요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