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며 씁쓸한 성적을 누적했던 배우 설경구가 범죄 스릴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 그린피쉬 제작)을 통해 마침내 부활 신호탄을 쏘았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 집계에 따르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지난 11일 12만6128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누적 관객수는 131만7669명으로 집계됐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혔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살인자의 기억법'. 사전 예약 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문학계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영하 작가의 대표작 '살인자의 기억법'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는 물론 쫀쫀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 예측할 수 없는 결말 등 웰메이드 스릴러로 등극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비수기 극장가를 연일 뜨겁게 달구는 중.
특히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끌어내는 '흥행 치트키'는 바로 설경구.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를 연기한 설경구는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지독한 변신, 광기의 열연, 파격의 반전을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올해로 데뷔 25년 차를 맞은 설경구는 그동안 수많은 작품,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이번 '살인자의 기억법'이야말로 역대급 변신으로 눈길을 끈다.
설경구는 '살인자의 기억법' 속 김병수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늙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기억과 망상을 오가며 무너져가는 남자의 혼란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분장 대신 10kg 이상을 감량, 그야말로 말라 비틀어질 것 같은 건조한 김병수를 빚어냈다. 김병수 그 자체가 된 설경구. 원작자인 김영하 작가는 물론 책을 읽었던 관객 역시 설경구가 만든 김병수의 싱크로율에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흠잡을 데 없는 명연기까지 더한 설경구는 '살인자의 기억법' 흥행에 힘을 실었다.
사실상 설경구는 영화 '소원'(13, 이준익 감독)을 끝으로 관객으로부터 호평은 물론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해 늘 아쉬움을 남겨야만 했다. '나의 독재자'(14, 이해준 감독) '서부전선'(15, 천성일 감독) '루시드 드림'(16, 김준성 감독), 그리고 지난 5월 개봉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변성현 감독)까지 영화 만듦새도 만듦새지만 예상치 못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흥행 고전을 면치 못한 것. 영화계에서는 그를 두고 '지독하게 운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연기 외적인 풍파에 시달렸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좌절하기도, 자책하기도 했던 설경구는 최근까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이런 그에게 돌파구가 된 작품이 바로 '살인자의 기억법'이었다. '살인자의 기억법' 속 극한 변신을 통해 연기 열정을 불태운 설경구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과거의 모습처럼 완벽히 부활했고 관객 역시 '갓경구'의 재림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4전 5기 끝에 거머쥔 설경구의 흥행 기록. 마침내 설경구가 돌아왔다.
당분간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의 흥행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천명 아이돌'답게 괴력의 화력을 과시하는 팬덤이 형성됐기 때문. 이들은 '살인자의 기억법' N차 관람을 시작하며 설경구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이렇듯 비수기 극장가를 뚫고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설경구가 다가오는 추석 극장가까지 흥행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영화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