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선수들의 입지는 갈 수록 좁아지고 있다.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년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이 10명씩 총 100명을 지명했다. 지난 6월 먼저 지명한 각 구단 1차 지명 선수까지 포함하면, 올해 '취업의 문'을 통과한 아마추어 선수는 110명이다. 올해 드래프트는 신인 강세, 고졸 강세로 요약할 수 있다. 대졸 선수는 110명 중 19명 뿐이다. 백분율로는 17%에 불과하다. 1차 지명 선수 중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은 한양대 최채흥이 유일한 대졸이고, 대부분의 구단이 고졸 선수를 선호했다.
리빌딩이 시급한 한화 이글스는 1차 지명 천안북일고 성시헌부터 2차 드래프트 10명의 선수를 모두 고졸로 지명했고, SK 와이번스 역시 전원 고졸이다. 대졸 선수 지명을 가장 많이 한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2차 2번 인하대 정성종을 비롯해 연세대 김동우, 성균관대 이호연, 영남대 박지호 등 총 4명의 대졸 선수를 뽑았다. 4명이 최다 인원이다.
지난해 2017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110명의 선수 중 대졸의 비율은 23%(24명)였지만, 올해는 17%로 크게 떨어졌다. 한때 강세를 보였던 대졸 선수 지명 비율이 갈 수록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이다.
구단들의 고졸 선호 현상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과거 현장에서 대졸 선수를 원하는 것은 '즉시전력감'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면서 실전 경험을 많이 쌓고, 기술적으로 향상된 선수를 프로에서 곧바로 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간격이 커지면서 대졸 선수의 장점이 희미해졌다. 대졸 출신이어도 1군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고, 2군에서 단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군다나 대졸 신인들은 입단 할때 나이가 24살이다. 20살인 고졸 선수들보다 4살 더 많기 때문에 곧바로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입단 후 군대에 갔다오면 나이가 27~28살이 된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현역 수명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고졸 신인에 비해 4년의 시간을 손해본다는 이미지가 크다.
과거에는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학부모들 때문에 프로 입단이 아닌 대학 진학을 택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선수 스스로가 원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흐름이 바뀌었다. 대졸 신인 선수들은 설 곳이 없다. 프로 지명을 받은 선수들은 말 그대로 바늘 구멍을 통과한 경우고, 졸업 선수 중 대다수가 프로 데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대학 졸업 이후에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하면 더이상 갈 곳이 없다. 대학야구 선수들이 딜레마에 빠진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