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승인 편법을 활용 안한 팀만 결국 손해인가.
남자프로농구는 4일 기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제도를 폐지하고, 7년 만에 자유계약 제도를 부활시킨다고 발표했다. 매년 늘 보던 선수들만 보게 하고, 가승인 촌극을 빚어낸 드래프트 폐지에 대한 의견은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이제서라도 자유계약 제도를 선택한 건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런데 뒤늦은 감이 있다. 프로농구는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이미 자유계약 제도 시행중이다. 멀쩡하게 드래프트를 진행했는 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다. 매우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최근 가승인 대란이다. 3일 부산 kt 소닉붐이 웬델 맥키네스에 대한 영입 가승인 신청을 했다. 이에 앞서 원주 동부 프로미는 로드 벤슨을, 서울 SK 나이츠는 애런 헤인즈를 점찍었다. 안양 KGC도 도망간 키퍼 사익스를 대신해 마이클 이페브라를 찍었고,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도 도론 퍼킨스를 대신해 드웨릭 스펜서 영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 삼성 썬더스도 마이클 크레익을 교체했다.
각각의 사정들이 있어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에도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팀들. 여기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팀들은 SK, 동부, kt다. 편법을 통해 1라운드급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 보유하게 됐다.
KBL은 외국인 선수 부족 사태 때문에 최근 3년간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은 이번 드래프트 참가 없이도 중도 교체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기존에 뛰었던, 그리고 올해도 선발이 유력했던 선수들이 대거 드래프트에 불참했다. 외국인 드래프트는 1라운드, 2라운드에 걸쳐 진행된다. 1라운드에서 각 팀 중심을 잡아줄 선수를 뽑고 2라운드에서 제 2 옵션들을 뽑기 마련. 그런데 이 가승인 제도를 악용한 세 팀은 1라운드에서 뽑은 선수들(SK 테리코 화이트는 재계약, 동부 디온테 버튼 1라운드 선발, kt 리온 윌리엄스 1라운드 선발) 외 누가 봐도 드래프트에 나왔다면 1라운드에 뽑혔을 만한 자원들로 교체하게 됐다. 헤인즈, 벤슨, 맥키네스의 선수 레벨을 객관적 지표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교묘히 파고든 것이다.
사익스의 야반도주로 악의는 없었다고 할 수 있지만, KGC 역시 데이비드 사이먼-이페브라 조합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이페브라도 지난해 드래프트 1라운드에 뽑힌 선수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해 1, 2라운드 지명을 한 팀만 바보가 되는 상황이다. 2라운드에서 뽑은 자원들과 위에 가승인 제도로 오는 선수들 레벨을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물론,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 올 선수들이 많다. 제임스 메이스, 찰스 로드, 제임스 켈리, 크리스 다니엘스 등은 이번 시즌 다시 볼 수 있는 유력 후보들이다. 다른 팀들도 2라운드 선발 외국인 선수가 삐끗하는 순간 교체를 선택할 수 있다.
불법은 아니다. 합법 안에 이뤄진 작업들이기에 뭐라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구단들이 드래프트 이전부터 이런 가승인 편법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선수들을 선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2라운드 선발 외국인 선수는 교체를 위한 희생양이라고 했었고, 실제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 KBL의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 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제 다시 새 자유계약 제도가 시작된다. 제도를 바꾸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리그 발전을 위해 그 제도에 대한 세칙 등을 더욱 확실히 정하는 게 필요하다. 샐러리캡 70만달러를 정해놔도 뒷돈을 주고 하면 끝이다. 아예 샐러리캡을 없애던가, 아니면 위반시 적발되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패널티를 만들어야 한다. 영입 자격 등도 오해가 없게 명확히 만들어 놓고 새 제도를 실행시켜야 한다. 안그러면 새 자유계약 제도 하에서도 온갖 편법이 난무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