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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行→돈 번다' 외인 영입 둘러싼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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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 정도의 몸값을 받을 선수가 절대 아닌데, 너무 당연하게 액수를 부르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해 미국을 찾았던 한 스카우트의 이야기다.

며칠전 외국인선수 한명 때문에 야구계가 들썩였다. LG 트윈스가 루이스 히메네스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던 제임스 로니가 2군행을 통보받은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뛴 베테랑 선수인만큼 배신감은 더 컸다. 특히 구단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도 않고 제 멋대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탄 로니를 두고 'KBO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로니가 정말 2군행 통보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인지, 한국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다른 숨은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는 자신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선수 한 명이 사라진 LG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참사다. 최근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때 겪는 딜레마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나 몸값이 크게 올랐다. 이제 빅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는 흔하고, 꽤 이름을 날렸던 주전급 선수들도 심심치 않게 한국땅을 밟는다. 외국인 선수 연봉 제한선이 사라지면서 발표되는 공식 연봉도 2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장수 외인'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가 210만달러(약 23억6000만원)로 역대 최고액이고, NC 다이노스 제프 맨쉽과 한화 이글스 알렉시 오간도가 180만달러(약 20억원),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가 170만달러(약 19억원)가 그 뒤를 잇고있다. 제한선이 있을 때에도 옵션 등을 포함해 10억원대 몸값이 왕왕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20억원을 훌쩍 넘는 시대가 열렸다.

리그 이미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한국행을 거절하는 선수가 많았다. 잘 알려진 일본에 비해 한국리그는 '빈약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머니 게임'에서도 일본에 크게 밀렸다. 아시아야구에 도전하는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인 선수들이 먼저 관심을 갖는다. KBO리그에 가면 좋은 환경 속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제대로 생겼다. 한국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이 미국이나 도미니칸 윈터리그에 돌아가면, KBO에 대해 많은 것들을 질문하며 관심을 보인다. "구단을 소개해달라"는 부탁도 심심치 않게 한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한국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준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나친 몸값을 요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특히 시즌 도중 급하게 대체 선수를 찾아야하는 구단들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한다. 시즌 중에는 40인 로스터에 묶여있는 선수들이 많아 쉽게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힘든데, 괜찮은 선수들은 지나친 연봉을 원하기 때문에 계약이 힘든 사례가 많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선 순위에서 크게 밀려있던 선수와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밖에 없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역효과도 분명히 있다. 외인 농사에 한 시즌이 좌우되는 구단 입장에서야 울며 겨자먹기로 최선의 선택을 해야하지만, 베짱을 튕기며 고자세로 나오는 일부 외국인 선수들의 태도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