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놈' 신태용 감독의 선택은 1996년생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과 1996년생 센터백 김민재(전북 현대)였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이란전을 치른다. 절체절명의 끝장 승부에서 대범하게 대표팀의 동갑내기 막내 영건들을 선택했다. 최전방과 최후방을 막내들이 책임지게 됐다. 패기만만 신 감독다운 선택이다.
지난 14일 이란-우즈벡전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김민재를 향해 신 감독은 "김민재는 지금 가장 핫한 선수다. K리그 수비라인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라고 선발 이유를 밝혔다. 스물한살, 김민재는 올시즌 '1강 전북' 최강희 감독이 줄곧 믿고 쓰는 중앙수비수다. "수비 때 절대로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전한다. 영리한 플레이를 할 줄 안다. 백패스보다 전진패스를 하고, 빌드업도 좋다. 신장에 비해 발도 빠르다"고 칭찬했다. 리그 최강 구단 전북에서 이동국, 김신욱, 이재성 등 걸출한 공격수들을 막아내고, 최철순, 김진수, 이재성 등 국대 선배 수비수들과 합을 맞추며 성장을 거듭했다. "감독님의 지시사항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선배들의 장점을 모두 배우고 싶다. 그라운드에서 실천하려 노력한다"던 욕심쟁이 수비수가 이란전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은 신태용 감독이 믿고 쓰는 선수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무대에서 이미 황희찬을 적극 활용했다. A대표팀 수석코치 시절에도 황희찬의 능력을 높이 샀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소속팀 잘츠부르크에서 총 16골을 터뜨렸다. 리그서 12골, 유로파리그와 컵대회에서 각각 2골씩 기록했다. 올시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경기 연속 골 맛을 봤다. 시즌 7호골(정규리그 3골, 유럽챔피언스리그 예선 2골,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1골, 컵대회 1골)을 기록했다. 가벼운 무릎 부상이 감지됐지만 이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두 선수 모두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실력과 큰무대에서 주눅들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지녔다. 이들은 내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도 발을 맞출 확률이 높다. A대표팀에서 먼저 발을 맞추게 됐다.
이날 선발 명단 발표 후 그라운드에서 6만 관중의 함성 속에 몸을 푸는 막내들의 표정은 밝았다. 1996년생 막내 둘이 몸을 푸는 대오의 맨 앞에 나란히 섰다. 긴장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리우올림픽 무대, A대표팀에서 활약한 황희찬은 엷은 미소를 보였다. 김민재는 소속팀 김진수, 최철순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 황희찬 김민재의 당찬 활약에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