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팀들이 바짝 쫓아오는데 경기 외적 악재까지 터졌다. 1위 KIA 타이거즈가 걷는 길은 험하기만 하다.
KIA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과 이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전반기에는 활화산 같은 타선과 강력한 4선발을 앞세워 무섭게 승수를 쌓았지만, 후반기 들어 장점들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후반기 시작 이후 승률은 14승1무16패 0.467로 KIA가 전체 6위다. 두산 베어스가 28승2무7패로 1위, 롯데 자이언츠가 23승1무12패로 2위, NC 다이노스는 21승16패로 3위에 각각 올라있다. 추격을 해오는 팀들은 빠른 속도로 '플러스' 승수를 쌓고 있는데, KIA는 벌어놓은 승률을 까먹은 것이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경기 외적 악재가 팀을 덮쳤다. 29일 KIA 구단이 최규순 전 심판위원에게 돈을 준 혐의로 관계자 2명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졌다. 선수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치는 파장은 그 이상으로 크다. 충격 여파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시즌 막판 외부 요소에 흔들리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경기력이 뚝 떨어진 팀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어렵다. KIA는 29일 하위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10-2로 앞서다가 7,8회에만 7실점을 하며 10-9로 쫓기는 경기를 했다. 최근 3경기 연속 1점 차 승부다. 시즌초의 끈끈한 뒷심이 살아나서가 아니라 경기 후반에 허무한 수비 실책이나 불펜 난조로 실점을 하면서 상대 추격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초 7경기 연속 두자릿수 득점 신기록을 세웠던 타선의 뜨거움을 꾸준히 유지하기는 힘들어도, 투타 전체가 조금씩 삐걱거리고 있다.
특별한 추가 동력도 없다. 전반기 4선발로 좋은 활약을 했던 임기영은 팔꿈치 통증이 발생했고,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정확한 기약이 없다. 불펜도 트레이드를 통해 김세현을 영입하는 등 조각 맞추기에 최선을 다했으나 여전히 허약하다. 여기에 두산과 NC의 추격이 갈 수록 거세지는데 외부 요소에 팀 전체가 비난을 받고 있다. 벤치 분위기도 자칫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
지금 KIA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부분 역시 선수단 동요와 위축된 플레이다. 시즌 내내 단독 선두를 질주하던 KIA가 흔들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 '전력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순위까지 뒤바뀌면, 그동안 유지해왔던 힘을 잃을 수도 있다. 2위를 하던 팀이 3,4위로 떨어지는 것과 1위를 하던 팀이 2,3위로 떨어지는 것은 무게감이 전혀 다르다. KIA는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