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죽어야 사는 남자'는 그야말로 문제작이었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초호화 삶을 누리던 왕국의 백작이 딸을 찾기 위해 한국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 코믹 가족 휴먼 드라마다. 각박한 현실에 치여 사는 평범한 아줌마 앞에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닌, 로또 복권 같은 아버지 혹은 친정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하는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아줌마판 신데렐라 스토리인 셈. 이 발칙한 도발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출연진 면면이 화제였다. 대한민국 대표 터프가이 배우이자 영원한 피터팬인 최민수를 필두로 4차원 강예원,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소름돋는 사이코패스 연기로 악역 계의 신기원을 연 신성록, '차도녀'의 정석 이소연이 뭉쳤다. 워낙 개성 강한 스토리와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죽어야 사는 남자'는 12부작이지만 50부작 주말극에 못지 않는 임팩트를 남겼다. 이 문제작의 중심에 섰던 신성록은 "시원섭섭하다. 12부작 이었기 때문에 짧다면 짧을수도 있는데 찍는 동안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찍어서 그렇게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최)민수 선배님께 배울 것도 많았고 고동선PD도 기존의 연출자와 달라서 새로운 작업이었다. 고동선PD는 워낙 호흡이 빨라 처음엔 당황하기도 했다. 그런데 워낙 영리한 연출자라 필요한 것만 찍고 빠르게 진행하니 나중에는 너무 좋더라"라고 밝혔다.
신성록은 함께 호흡을 맞춘 최민수에 대해 "배울 점이 많은 선배"라고 말했다. 사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생방송과 다름 없는 촬영 강행군을 이어갔다. 작품 종영일 오후 2시 마지막 촬영이 끝났을 정도라고 하면 그 촬영 스케줄이 얼마나 빡빡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 관계자들에 따르면 배우들끼리는 찰떡 호흡을 뽐냈다는 후문이다. 특히 신성록에 대한 최민수의 애정이 아주 각별했다고.
"내가 감히 선배님을 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선배님은 아이 같이 순수한 면이 많은 분 같다. 그런 게 선배님의 유니크한 예술성의 발단이지 않나 싶다. 선배님을 보며 배우는 역시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어야 나만의 것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배님이 정말 예뻐해주셨고, 리액팅만 잘해도 신이 재미있을 수 있게 유니크한 분석을 해오셨다. 대본도 좋지만 거기에서 좀더 발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해오셨기 때문에 좋은 화학 작용이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최민수와 신성록의 연기 스타일은 아주 다르다. 하지만 선배를 선배로 리스펙트 하는 신성록의 태도에 최민수 또한 마음을 열었고, 차진 케미를 뽐낼 수 있었다.
"선배님은 처음부터 메소드 연기를 하셨다. 선배님이 '성록아, 진짜 연기는 연기를 안하는 거야. 나는 작품 하기로 하면 이 작품 캐릭터가 나한테 올 때까지 한 발자국도 집 밖으로 못나가'라고 하시더라. 나는 정반대다. 나는 전혀 연기를 안하다 촬영할 만 연기한다. 그게 처음 감정 같아서다. 민수 선배님은 작품 끝나자마자 종방연 때 수염 깎고 오셨는데 눈빛이 선해지고 사람이 달라보이더라. 백작의 꼬장꼬장함이 실생활에도 있었는데 그런 게 없어졌다. 뭔가 섭섭하고 그랬다. 사실 나는 나 자체로 캐릭터를 표현하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한 건 없다. 어리숙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모르는 건 어차피 표현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모든 캐릭터를 나에게서 발전 시킨다. 대본에서 찾는 거다. 다만 선배님의 조언은 나를 위한 말씀을 해주시는 거니까 귀담아 듣는다. 애정이 있으니까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죽어야 사는 남자'에는 또 한명의 4차원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강호림 역의 신성록과 부부호흡을 맞춘 이지영A 역의 강예원이다. 강예원의 4차원 매력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입증된 바. 4차원과 4차원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춰야 했던 신성록의 입장이 궁금해졌다.
"강예원 누나가 백지 같다. 뭔가 서로 맞춰나가는 부분에서 거부감이 없다. 그래서 호흡이 잘 맞았다. 누나랑은 어떻게 해볼까 얘기했고 그런 걸 잘 받아줬다. 흡수하는데 거부감이 아예 없는 사람이었다. 회동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졌다고 했다. 두분 다 개성이 확실했다. 둘다 최민수 같았다. 우리가 장난으로 강예원 누나한테 '여자 최민수'라고 했다. 그 정도로 둘이 잘 맞고 티격 태격하는 오빠 동생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긴장한 듯 보였는데 때리는 장면에서 일부러 더 때리고 마지막에 최민수 선배님이 리얼로 웃는 것도 나갔다. 자연스럽게 각자의 역할을 했겠지만 주로 나는 둘한테 맞는 역할이었다. 재미있게 맞고 살려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 진짜 때려준 배우들께 감사하다. 우리는 정말 리얼이었다. 두분 때문에 피멍도 들었다. 강예원 누나의 펀치 때문에 피멍 들고 민수 선배님이 장신구가 많은데 병원에서 목 조르는 장면 할 때도 피멍 들었다. 그래도 그 부분을 시청자분들이 제일 재미있어 하셔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