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질 것 같았던 SK 와이번스가 다시 5위 경쟁에 불을 지폈다.
SK는 7월 한 달간 8승15패(승률 0.348)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2승6패로 부진하면서, 순위가 7위까지 하락했다. 7월21일까지만 해도 3위를 지켰던 SK지만, 16경기 만에 7위가 됐다. 그럭저럭 잘 버텼던 불펜진이 무너졌다. 7월 들어 SK의 구원 평균자책점은 7.62로, 이 기간 최하위. 문제는 선발 투수들도 고전했다는 것이다.
SK 선발진은 6월 한 달간 평균자책점 3.78(1위)을 기록했다. 예상치 못한 선전이었다. 하지만 7월에는 평균자책점 7.03(9위)으로 전혀 다른 투수들이 됐다. 윤희상, 박종훈, 문승원 등이 동반 부진에 빠졌다. 에이스 메릴 켈리는 7월에만 천적 KIA 타이거즈를 두 번 만나면서 평균자책점이 급격히 치솟았다. 스캇 다이아몬드 역시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다소 고전했다. 켈리 외에는 계산이 확실히 서지 않았다. 타격전에선 뒷문이 흔들렸다. 5강 싸움에서도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SK가 다시 연승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최근 3연승-2연패-4연승으로 상승세다. 무엇보다 5위 경쟁 중인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가 24~26일 3연패를 당하는 동안 3연승을 달리면서 승차를 좁혔다. 27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선 연승을 이어갔다. 같은 날 LG가 두산과 1대1로 비기면서, 6위를 탈환했다. 4위 롯데 자이언츠에 3경기차, 5위 넥센에 반 경기차 뒤진 6위다. 8월 들어 선발 투수들이 반등했고, 최근 4연승 기간 동안에도 선발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켈리는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성적에 비해 부진한 경기였지만, 선발로 기본 몫은 해줬다. 이날 불펜 부진에도, 타선의 힘으로 승리를 따냈다. 이후 차례로 등판한 문승원(6⅓이닝 3실점)-백인식(5이닝 무실점)-박종훈(6이닝 무실점)도 호투했다. 특히, 시즌 초 상승세를 이끌었던 문승원과 박종훈이 최근 경기에서 제구를 되찾았다. 다이아몬드는 8월 4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70(26⅔이닝 8자책점)으로 에이스급 피칭을 펼치고 있다.
SK의 8월 선발 평균자책점은 3.61로 다시 리그 1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투수 전력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위기에 몰리자 켈리와 다이아몬드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관리를 해온 만큼, 선발 등판 간격을 줄이겠다는 얘기였다. 결과도 좋았다. SK는 8월에 켈리와 다이아몬드가 등판한 8경기에서 5승3패를 거뒀다. 켈리가 꾸준하고, 다이아몬드가 후반기 기대 이상의 모습이다. 그런데 덩달아 국내 투수들까지 힘을 내고 있다. 문승원이 8월 평균자책점 3.34, 박종훈이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 중이다. 박종훈은 27일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되며, 데뷔 첫 10승까지 수확했다. 여전히 불펜진이 불안하지만, 선발 투수들이 안정을 찾으니 불펜진의 부담이 덜하다.
다시 순위 상승의 기회를 잡은 SK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