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넥센 히어로즈-롯데 자이언츠전이 펼쳐진 부산 사직구장에는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시즌 세 번째, 무려 112일만의 전좌석 매진. '부산 갈매기'들이 다시 사직구장을 촘촘히 채우기 시작했다. 파도타기 응원, 쉴새없이 울려퍼진 함성, 노래 소리. 이른바 축제 한마당이었다. 롯데는 이날 6대1로 승리하며 6연승, 최근 10경기에서 9승1패, 홈경기 10연승을 내달렸다.
롯데의 4위 굳히기 작업. 그리 오래된 구도는 아니다. 지난 6일까지만 해도 7위에 내려앉아 가을야구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롯데였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비난과 악플의 중심에 섰던 자이언츠맨 삼총사는 조원우 감독, 주장 이대호, 마무리 손승락이었다. 팀성적이 떨어지면 감독에게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라인업을 구성하고, 선발 로테이션을 결정하고, 선수단을 관리 감독하는 총책임자다. 이대호와 손승락은 큰 몸값 때문에 팬들의 잣대는 더욱 엄격했다. 손승락은 2015년말 4년간 60억원을 받고 FA대박을 터뜨리며 넥센에서 롯데로 왔다. 이른바 불펜개조를 위한 대규모 투자였다. 이대호는 올시즌에 앞서 4년간 150억원이라는 KBO리그 역대 최고액을 받고 고향팀으로 돌아왔다.
롯데는 시즌 초반 선전하다 지난 6월초부터 8월초까지 무려 두달간 7위에 머물렀다. 만년 꼴찌로 떨어진 kt위즈, 시즌 초반부터 부동의 꼴찌를 달리던 9위 삼성. 김성근 전 감독의 중도사퇴와 주전들의 줄부상 등 악재가 끊이질 않았던 8위 한화. '그들만의 리그' 세 팀을 제외하면 롯데가 제일 암울했다.
이 기간 조원우 감독의 지도력은 연일 도마에 올랐다. 작전, 투수교체, 선수관리, 선수안목까지 비난은 끝이 없었다. 손승락 역시 지난해 7승3패20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올시즌 초반에도 블론세이브가 쌓이며 평균자책점은 3점대를 찍었다. 비난이 거셌다. '먹튀' 얘기가 또 나왔다.
이대호는 시즌 초반 롯데의 상승세 주역이었다. '갓대호'였는데 여름 들어 힘이 떨어졌다. 4할9리였던 4월 타율, 3할4푼1리였던 5월 타율. 6월 월간타율은 3할4리로 떨어지더니 7월에는 2할5푼9리로 더 나빠졌다. 베이스러닝이 약점인 이대호를 향한 팬들의 한숨도 커져만 갔다.
반전은 후반기부터 시작됐다. 롯데는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다. 거칠줄 모르는 질주로 4위를 쟁취했고, 굳히기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대호는 8월 들어 타율 3할2푼2리에 8홈런 22타점을 기록중이다. 26일 넥센전에서도 팽팽하던 6회 결승홈런을 뽑아냈다.
손승락은 8월 들어서만 13경기에 출전해 10세이브나 챙겼다. 30세이브째(1승3패)에 도달하며 구원 1위에 올라있다. 평균자책점은 2.25로 10개구단 마무리 중 최저 평균자책점이다. 직구 볼끝이 좋아지면서 더욱 공격적인 승부를 즐기고 있다. 강력한 마무리의 모습, 그 자체다.
조원우 감독은 시즌 중반 순위다툼에서 밀릴 때도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선발진에 휴식을 챙겨주는 것을 최우선시했다. 뒤늦게 재합류한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박세웅 송승준 김원중 등 5인 선발진은 8월 현재 10개구단에서 가장 균형잡힌 멤버 구성을 자랑하고 있다. 자연스런 팀내경쟁을 유도해 전력을 끌어올렸다. 조 감독의 리더십도 재평가 받고 있다.
아직 24경기가 남았다. 롯데의 늦여름, 초가을 전투가 어떤 결말을 맺을 지 아직은 알수 없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추격중인 넥센 LG SK. 그리고 손에 잡힐 듯 다가온 3위 NC 다이노스. 8월 자이언츠는 강하다. 타팀들이 갈수록 긴장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행이 아닌 강팀이 지녀야할 덕목들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