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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이태임 "섹시스타서→배우, 연기인생 산소호흡기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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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데뷔 10년 차, 드디어 꽃 핀 배우 이태임(31). 그가 마침내 섹시스타에서 진정한 배우로 연기 인생 2막을 열었다.

요동치는 욕망의 군상들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백미경 극본, 김윤철 연출). 지난 6월 16일 첫 방송 된 이후 매회 화제를 모은 '품위있는 그녀'는 지난 19일 방송된 20회에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인 12.1%를 기록하고 대망의 막을 내린 것. 뜨거웠던 열풍을 일으킨 '품위있는 그녀' 종영 후 스포츠조선과 만난 이태임은 "내 연기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2007년 방영된 MBC 드라마 '9회말 2아웃'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태임. 그는 2008년 MBC '내 인생의 황금기', 2009년 KBS2 '천추태후'·SBS '망설이지마', 2010년 KBS2 '결혼해주세요', 2014년 JTBC '12년만의 재회: 달래 된, 장국', 2015년 SBS '내마음 반짝반짝'·Drama H TRENDY '유일랍미'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특히 이태임은 '결혼해주세요'에서 김태호(이종혁)와 남정임(김지영) 사이를 흔드는 김태호의 후배 아나운서 윤서영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엔 파격적이었던, 허리와 가슴 라인이 절개된 모노키니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등장한 이태임. 그는 이후 '섹시스타'로 이미지를 굳혔고 이로 인해 수위 높은, 파격 노출을 시도한 작품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태임은 "그동안 살면서 몸매에 대한 자신은 있었지만 내 몸매가 섹시함으로 비칠 줄 몰랐다. 본격적으로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섹시함'이었는데 처음에는 이 지점이 생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물론 그는 섹시스타로 많은 관심을 받은 것에 대한 불만이나 부담감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준 이미지"라며 장점으로 받아들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섹시한 이미지는 제 배우의 삶에서 극히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매 작품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은 다양하게 있다고 자신해요. 대중들도 저에 대해 늘 섹시함만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그의 계획대로, 포부대로였다. '품위있는 그녀'에서 이태임은 우아진 역의 김희선, 그리고 그의 남편 안재석 역의 정상훈과 격렬하고 치열한 삼각관계를 펼치는 데 성공했다. 흔히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작품에서 전형화된 '불륜' 캐릭터로 그려질 법도 하지만 이태임은 이러한 뻔한 캐릭터를 특별하게 만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백미경 작가의 필력 덕을 톡톡히 봤지만 이태임의 캐릭터 소화력도 단단히 한몫했다.

"사실 '품위있는 그녀' 첫 리딩 날 완전히 망쳐버렸어요(웃음). 제가 생각해도 못했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역시나 리딩이 끝나고 김윤철 PD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빨간불을 켰죠.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어요. 캐스팅이 무산될 분위기까지 갔으니까요. 스스로도 너무 큰 자책과 실망, 상실감에 풀이 죽었죠. 리딩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 갔는데 그 자리마저도 너무 가시방석이더라고요.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싶어서 우울했는데 그때 백미경 작가가 제 등을 쓸어주면서 '다음엔 잘할 수 있어'라며 힘을 실어줬어요. 그 뒤에 이 악물고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김선아 선배와 난투극 신이 방송된 이후에 백미경 작가가 '태임이가 연기를 잘하네'라며 완전 넘어가셨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이태임이 연기한 윤성희는 극 중 그림에 관심이 많던 우아진이 신인 작가 전시회를 통해 발굴한 화가다. 무명이었던 자신의 그림을 처음으로 구매한 우아진을 동경하면서 시작된 인연이지만 점차 우아진처럼 상류층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안재석을 유혹하는 '불륜녀'로 전락하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이태임은 얄미울 정도로 윤성희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이번에야말로 배우로서 연기를 제대로 보여드리겠다 마음먹었어요. 오로지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죠.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공부도 많이 됐어요. 좋은 선배들과 백미경 작가, 김윤철 PD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죠. 처음으로 연기라는 게 재미있었고 매 장면 신나게 몰입했어요. 정말 잘하고 싶었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원 없이 신나게 연기했던 작품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의 제가 기대되기도 했죠. 대중에게 빨리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요. 이제 철이 좀 드는 것 같아요(웃음). 엄마는 이런 제 변화를 보고 '이제야 철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품위있는 그녀'는. 제 연기 인생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줬고 전환점, 시작점이 됐어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제이에스픽쳐스, 드라마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