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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딜레마, 득점지원 부족과 한계투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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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수 100개를 확보하라."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선발투수를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 스타일이다. 웬만하면 5회 또는 6회까지 던지게 한다. 불펜 의존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물론 최근 메이저리그 사령탑들 대부분이 선발투수의 투구수에 인색하기는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그 성향이 강하다. 실제 다저스 선발 가운데 올시즌 완투를 한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 밖에 없다. 커쇼는 지난 7월 10일(이하 한국시각)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9이닝 6안타 2실점으로 올시즌 다저스의 유일의 완투승을 따냈다. 당시 커쇼는 9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무려 13개나 잡아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쇼 말고는 자신이 원하는 이닝 만큼 던질 수 있는 다저스 투수는 없다. 투구수 90개 정도면 바뀐다고 봐야 한다. 류현진은 20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파크에서 벌어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이닝 3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했지만 시즌 5승 달성에 실패했다. 다저스는 류현진 강판 후 타선이 터지면서 3대0으로 승리했다. 류현진으로서는 또다시 득점 지원에 대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그러나 류현진에게도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닝을 좀더 끌고가야 한다는 결론이다. 투구수가 89개에서 끊겼다. 지난 1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5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지고 6일을 쉬었음에도 로버츠 감독은 6회 로스 스트리플링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그동안의 패턴을 봤을 때 투구수 90개에 육박하는 과정에서 제구와 구위가 흔들렸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류현진의 이닝별 투구수는 18개, 14개, 29개, 17개, 11개였다. 3회말 1안타와 볼넷 2개를 내주며 만루에 몰리면서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났다. 4회와 5회 투구수를 줄이기는 했지만, 빠른 공의 위력이 떨어지고 제구가 높게 형성된 건 사실이다. 결국 한계투구수에 이르자 로버츠 감독은 주저없이 교체를 단행했다.

류현진은 올시즌 이날까지 18차례 선발 등판서 평균 89.0개의 공을 던졌다. 100개 이상 던진 것은 4경기 뿐이다. 3차례 7이닝 투구 경기서도 투구수는 각각 102개, 85개, 96개였다. 지난 7일 뉴욕 메츠전에서 7이닝 1안타 무4사구 8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될 때 96개의 공을 던졌다. 로버츠 감독이 올시즌 최고의 피칭이라 극찬한 경기다.

역시 제구력이다. 이날 디트로이트전에서 류현진은 볼넷 4개를 허용했다. 올시즌 두 번째로 많은 볼넷을 내준 경기다. 메츠전 제구력과 큰 차이가 났다. 경기 중반 이후에도 원하는 지점에 공을 뿌릴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는 스태미나를 로버츠 감독은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2회를 마치고 허리 부상으로 교체된 커쇼는 이전 20차례 선발경기서 평균 100.3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선발 평균 투구수는 알렉스 우드가 87.7개, 리치 힐이 89.8개, 마에다 겐타가 85.7개, 다르빗슈 유가 100.2개다. 선발 평균 투구이닝도 마에다는 5.28이닝, 우드가 5.89이닝, 힐이 5.22이닝, 류현진은 5.43이닝으로 6.97이닝을 던진 커쇼와 큰 차이가 난다. 다르빗슈는 다저스 이적 후 평균 6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은 현재 선발 경쟁을 치르고 있다. 보통 포스트시즌서 선발 4명을 쓴다고 보면 로테이션에서 제외된 선발은 불펜 또는 마이너리그로 가야 한다. 선발 4명에 포함되려면 이같은 투구수 한계선을 좀더 높일 필요가 있다. 그것도 경쟁력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