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여제' 장미란(34·장미란재단 이사장, 용인대 교수)이 19일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장미란은 9월부터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학교에서 3년 예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2010년 고려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장미란은 선수 은퇴 이후를 염두에 두고 공부와 운동을 꾸준히 병행했다. 2012년 2월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밸런스 요인이 인상 동작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곧바로 용인대 체육과학대학원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투혼과 품격이 넘치는 경기로 팬들의 찬사를 받은 장미란은 2013년 1월 공식 은퇴를 선언한 후 학업에 매진했다. 2015년 2월 자신과 동료들의 경험과 고민을 담아낸 '국가대표 은퇴 기대와 심리적 위기감 및 재사회화의 관계'라는 주제로 스포츠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6년 용인대 교수로 임용돼 이후 강단에서 후배들을 이끌어왔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그랜드슬래머'인 장미란의 은퇴 후 행보는 현역선수 시절만큼 독보적이다. 2012년 직접 설립한 장미란재단을 통해 지난 5년간 스포츠 꿈나무 후배,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링 및 비인기종목 선수 지원 사업 등 의미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태릉선수촌에서 동고동락한 선후배, 동료들도 재단의 일이라면 기꺼이 발벗고 나섰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의 힘으로, 모범적인 체육인의 좋은 예를 보여줬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직후에는 금메달보다 뜨거운 투혼으로 감동을 준 후배 올림피언들을 초대해 '리우에서 돌아온 우리들의 밤' 행사를 열기도 했다. 장미란은 유학 준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지난 7월 경북 안동 영문고등학교에서 '장미운동회'를 열었다. 떠나는 순간까지 스포츠 꿈나무들을 향한 진심어린 애정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스타 플레이어가 은퇴 후 국내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강단에 서는 경우는 있지만, 교수가 된 상황에서 미국으로 '혈혈단신' 유학을 떠나는 일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그녀가 또 한번,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용감한 도전을 결심했다. 향후 3년, 외롭고 험난한 자신과의 싸움을 선택했다. 지금껏 그래왔듯, 그녀가 가는 길은 운동하는 후배들의 꽃길이 될 것이다.
장미란은 17일 유학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서른넷에 떠나는 유학이다. 쑥스럽다. 유학 생각은 다들 한번쯤 하지만 솔직히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이뤄질 것이라 생각도 못했는데, 여러가지 여건이 허락되고 주변 분들이 격려해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떠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기대 만큼 걱정도 많지만, 이런 기회가 쉽지 않음을 알기에 감사하다. 어려운 도전인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잘 성장해 다시 돌아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