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 선수들은요?"
17일 오후 갑작스럽게 전해진 여자실업축구 WK리그 명문 이천 대교의 전격 해체 소식을 전해 들은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말을 잇지 못했다.
17일 한국여자축구연맹과 대교스포츠단에 따르면 대교그룹은 WK리그 이천대교를 올시즌 종료까지 운영한 뒤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대교스포츠단은 16일 여자축구연맹에 이같은 방침을 전달한 뒤 해체 수순에 들어가기로 했다. 대교 측은 소속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구제하기 위해 연맹에 팀을 인수할 기업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축구 명가' 이천대교는 2002년 대교캥거루스로 창단한 이후 15년의 역사로 사라지게 됐다. 이천대교는 인천현대제철과 함께 여자축구의 라이벌 체제를 이어온 양강으로 통했다. K리그의 FC서울과 수원 삼성같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이들의 맞대결은 '원더매치'로 주목받았다. 이천 대교는 2009년 WK리그 출범 원년 통합 우승을 포함, 3차례 정상에 올랐고 2014∼2016년 3년 연속 준우승했다.
하필 해체 발표 시점이 대한축구협회가 이날 오전 10월 여자축구 미국 원정 A매치 2연전 일정을 공식 발표한 직후였다. 여자축구 대표팀 일정과 선발 명단을 짜기 위해 각 구단의 협조를 구할 예정이었다는 윤 감독은 갑작스러운 해체 소식에 "우리 선수들은요… 아, 큰일 났네, 너무 충격적"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양여대 해체 소식이 들려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천 대교까지 이렇게 되면 '도미노'가 되는 것 아니냐. 정말 큰일이다"라며 깊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대교스포츠단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차례 내부회의를 통해 심사숙고한 끝에 더이상 여자축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명확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대교스포츠단은 최근 여자축구단과 배드민턴팀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왔다. 이에 대교측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떳떳하게 조사받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강영중 대교 회장의 여자축구를 향한 사랑은 각별했다. 여자축구를 통한 재능기부에도 적극적이었다. '원더매치' 그라운드에 홈, 원정 가리지 않고 늘 관중석에서 응원을 펼쳤던 구단주가 올시즌 한번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여자축구계에는 '최근 검찰 조사로 인해 실망감과 염증이 크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소연, 정설빈 등 국가대표 에이스의 산실이었던 한양여대가 최근 해체를 결정한 데 이어 이천 대교마저 해체를 선언하면서 여자축구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