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와 엘니뇨로 한반도의 여름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지만 여름 대표 상품인 아이스크림 시장은 점점 얼어붙고 있다.
지난 2012년 아이스크림이 국민 대표 디저트로 떠오르며 2조원에 육박했던 국내 빙과 시장 규모는 불과 4년 만에 40% 가까이 축소되는 등 해마다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주 수요자인 어린이 인구가 줄고 있는데다 식사 후 아이스크림 대신 아이스커피 등을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빙과업계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검증된 장수제품을 요즘 세대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선보이는가 하면 해외로 눈을 돌려 수출에도 적극 나서며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
▶어린이 인구 감소와 커피에 밀려…
13일 업계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닐슨코리아 소매점 매출 기준으로 빙과 시장 규모는 2012년 1조9723억원 규모였다. 2조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2014년 1조7699억원으로 줄었다. 이어 2015년에는 1조4996억원으로 1조5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시장 규모가 1조2000억원선으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년 만에 시장 규모가 39.2% 가량 축소된 것.
아이스크림 시장 위축은 커피 등의 인기와 관련이 있다. 한국은 '커피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커피 전문점은 물론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아이스커피 소비가 크게 늘었다.
편의점 씨유에서 이달 1~10일 아이스크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8%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컵 음료에 따라 마시는 커피 매출은 24% 증가했다. 또 이온음료는 25%, 탄산음료는 21.4%, 생수는 20.3% 늘어 여름 대표 간식·음료 가운데 아이스크림 매출 증가율이 가장 저조했다.
아이스크림 판매 구조에도 변화가 있다. 2012년에는 독립슈퍼마켓 판매 비중이 76%로 가장 높았고, 편의점이 15%, 체인 슈퍼마켓이 6%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는 독립슈퍼마켓 비중이 68%로 줄었고, 편의점이 20%, 체인슈퍼마켓이 9%로 증가했다.
결국 어린 연령대에서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은 여전히 독립슈퍼마켓 판매 비중이 높지만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 실제로 2012년과 2015년을 비교하면 독립슈퍼마켓 아이스크림 매출은 약 1조5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들이 줄어들고 커피를 비롯해 대체재가 많이 생기면서 아이스크림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꾸로 수박바' '죠스통' 등 색다른 시도만이 살길
올 여름 가장 눈에 띄었던 아이스크림은 롯데제과의 '거꾸로 수박바'였다. 이 제품은 출시 열흘 만에 100만개가 팔리는 등 빅히트를 기록했다. 인기 이유는 '역발상'. 원조 수박바의 수박 껍질에 해당하는 초록색 부분이 더 맛있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붉은색 부분과 초록색 부분을 바꿔 선보였는데 소비자들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하며 올 여름 빙과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처럼 출시된 지 오래된 장수 제품들에 색다른 변화를 준 제품들이 괜찮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제과 죠스바·스크류바·수박바 아이스는 출시 50일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이 제품들은 죠스바 등 장수 제품들을 손으로 주물러서 녹여 먹을 수 있는 파우치 형태로 포장한 제품이다. 또 죠스바와 수박바를 떠먹는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죠스통'과 '수박통'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른 업종 제품들과의 협업도 주목받고 있다. 빙크레의 대표 아이스크림 멜로나는 스포츠브랜드 휠라와 손잡고 운동화와 슬리퍼를 선보였고, 편의점 세븐일레븐과는 메로나 모양 수세미를 출시했다. 또 애경 '2080'을 통해 칫솔도 나왔다. 롯데제과는 여성복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와 죠스바 캐릭터를 활용한 의류를 내놓았고 롯데푸드는 돼지바 브랜드를 활용해 휴대용 선풍기, 보조배터리, 에코백 등의 아이템을 이벤트용으로 선보였다.
이러한 시도는 장수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는 동시에 유명 브랜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효과도 있다. 이 밖에 빙그레가 메로나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것처럼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빙과업체들이 판매를 높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여건 상 앞으로도 시장이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신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으면서 틈새시장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