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4년 만에 강원 원정 징크스를 벗어날 수 있었던 데는 진성욱(24)의 간절함이 있었다.
진성욱은 13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서 벌어진 강원FC와의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21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진성욱은 조성환 감독이 2015년부터 제주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원했던 선수였다. 진성욱의 저돌적인 돌파, 득점 기회를 포착하는 공격수의 본능, 대담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조 감독의 끈질긴 구애에도 진성욱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전북도 진성욱의 영입전에 뛰어들어 이적료가 8억 가까이 뛰기도 했다. 그러나 조 감독은 그의 영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앞두고 공격력를 위한 카드로 진성욱이 다시 영입 0순위로 떠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조 감독의 품에 안긴 이번 시즌, 기대와 달리 부진이 이어졌다.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고 황일수, 마르셀로와의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지난 4월 8일 FC서울전부터 제주 유니폼을 입고 뛴 이후에도 계속해서 조커로 활용됐다. 총 16경기 중 선발로 뛴 경기는 4경기에 불과했다.
다소 심리적으로 위축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진성욱은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조 감독도 진성욱의 출전시간을 늘리면서 자신감 향상을 도왔다.
'고진감래'였다. 고생 끝에 낙이 찾아왔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포지션 경쟁자 마르셀로와 황일수가 각각 일본 J리그 오미야와 중국 슈퍼리그 옌볜으로 이적하면서 진성욱이 선발 출전할 기회가 늘어났다.
무엇보다 이날 강원전은 제주에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었다. 제주는 지난 2013년 8월 10일 이후 강원에 3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강원 원정에서 4년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진성욱은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해 징크스 탈출에 힘을 보탰다. 전반 21분 문상윤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문전에서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헤딩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5분 김원일의 골까지 보탠 제주는 귀중한 승점 3점을 더해 내년 시즌 ACL 티켓 싸움에 불을 지폈다. 13승5무7패(승점 47)를 기록, 수원(승점 46)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제주는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전북, 서울, 수원과 함께 'K리그 빅4' 반열에 오른 모습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