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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스케이터' 황대헌, 무서운 막내의 첫 번째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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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패기 있게 달려들었어요."

고등학생 스케이터 황대헌(18·부흥고)이 머리를 긁적였다. 얼굴에는 쑥스러운 미소가 맴돌았다. 태극마크, 올림픽, 인터뷰... 이 모든 것이 황대헌에게는 아직 어색한 단어인 듯 보였다. 그러나 앳된 모습과 달리 황대헌은 링크 위에서 승부사로 돌변한다. 쇼트트랙을 선택한 이유도 승부처의 '스릴' 때문이라고 할 정도다.

5살 때 처음으로 스케이팅화를 신은 황대헌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대회 트로피를 휩쓸며 '될성부른 나무'로 주목받았다. 국내 대회뿐만 아니라 동계유스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도 반짝 빛났다.

성인 대표팀에서도 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황대헌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펼쳐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차 월드컵 남자 1000m에서 1분20초875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5차 대회에서는 은메달(500m), 6차 대회에서는 금메달(1000m)를 거머쥐며 활짝 웃었다.

기세를 올린 황대헌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또 한 번 펄펄 날았다. 그는 4월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종합 2위에 랭크, 태극마크를 달았다. 동시에 홈에서 열리는 평창 진출권도 거머쥐었다.

황대헌은 "대표팀 선발전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나이가 어린 만큼 져도 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패기 있게 달려들었어요"라며 허허 웃었다.

겁 없는 막내는 이제 평창을 향해 달린다. 그는 태릉선수촌에서 체력훈련한 뒤 지난달 말 캐나다 캘거리로 이동해 본격적인 '평창 담금질'에 돌입했다. 황대헌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어요. 생각하지 못한 일이에요. 물론 선수인 만큼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그리면서 운동을 하기는 한 만큼 매우 영광이죠"라며 미소 지었다.

역대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고등학생 신분으로 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단 두 명이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 5000m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송재근과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 1000m 금메달을 거머쥔 김동성뿐이다. 황대헌의 '롤모델'인 빅토르안(안현수·러시아)도 고등학생 신분으로 나섰던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선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황대헌은 "고 노진규 선배와 안현수 선수를 롤모델 삼고 있어요. 노진규 선배는 훈련장 안팎에서 늘 성실하고 꾸준했어요. 보고 느낀 점이 많죠. 안현수 선수는 스케이팅도 부드럽고 기술적으로도 좋아요. 월드컵에서 붙어봤는데, 정말 잘 하시더라고요" 말했다.

선배들을 보면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황대헌. "남자 쇼트트랙이 평준화 됐어요. 올림픽에서는 운도 많이 따라야 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특별히 가리는 종목은 없는데. 단체전은 호흡을 잘 맞춰야 할 것 같아요. 모든 종목을 차질 없이 준비해야죠."

겁 없는 막내의 생애 첫 올림픽. 카운트다운까지 남은 시간은 200여일. "마음속에 품은 목표는 있는데, 아직은 밝히기 어려워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제 목표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황대헌의 시선이 평창을 향하고 있다.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