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가장 중요한 건, 원작의 재미와 적절한 한국화 사이의 균형이다.
지난 7월 26일 베일을 벗은 tvN 첫 수목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연출 양윤호, 극본 홍승현)가 시청자의 아쉬운 평가를 받으며 불안하게 닻을 올렸다.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방영되며 2005년부터 13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초장수 인기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의 첫 해외 리메이크작일 뿐만 아니라 손현주, 이준기 등 명품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제작 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는데도 말이다.
해외 인기 드라마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사례는 '크리미널 마인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할리우드 스타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드라마 '안투라지'와 정체성을 찾는 여성 변호사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법정 수사극 '굿와이프'가 리메이크돼 tvN을 통해 방송됐다. 하지만 '안투라지'는 조진웅, 서강준, 이광수, 박정민 등 대세 스타들이 총출동 했음에도 애국가 시청률을 면치 못했고 '굿와이프'는 전도연과 유지태의 연기력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도연의 11년만의 안방 복귀작이라는 타이틀에 무색하게 4% 시청률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이 불기 전에는 SBS '수상한 가정부' MBC '여왕의 교실' 등 일본 드라마가 리메이크 돼 방송된 바 있지만 역시 결과는 좋지 않았다.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국내 드라마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원작만이 가지고 있는 재미와 리메이크되면서 추가, 혹은 변경된 한국적 설정들이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했다는 데 있다. 리메이크 드라마들은 '리메이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원작 팬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원작만이 가진 재미와 매력을 해쳐선 안된다. 하지만 일반 한국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게끔 수위나 표현방식 등에 있어서는 적절한 수준의 한국적 정서를 녹여내야 한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경우, 원작이 싸이코패스나 테러리스트 등 범인들의 범행 이유를 대부분 개인의 이상 심리에서 찾았는데 반해 한국판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고자 하는 등 한국 정서에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원작에서 가장 중심이 됐던 프로파일링의 과정의 깊이감과 사실감은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또한 이준기가 연기하는 김현준이라는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며 원작과 차별성을 주려했지만 원작 캐릭터를 어색하게 복제한 듯한 괴짜 해커 나나황(유선)과 '너드' 스타일의 젊은 천재 박사 이한(고윤) 등은 작품과 어울리지 못했다. '굿와이프' 역시 원작이 줬던 법정 드라마 보다는 치정멜로에 가깝게 변질되며 원작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안투라지'의 경우 높은 수위의 원작이 줬던 자극적인 재미를 살리고자 첫 회부터 배우들의 가감 없는 노출장면과 센 대사들을 담아냈다. 하지만 이런 설정들은 오히려 국내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일으켰다.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작이었던 '수상한 가정부'나 '여왕의 교실' 역시 일본 드라마 특유의 지나치게 만화적인 캐릭터들과 설정이 국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하지만 모든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실패했던 건 아니다. 지난 2013년 방송된 일본 인기 드라마 '파견의 품격'의 리메이크작 KBS '직장의 신'은 원작의 재미와 한국적 정서가 완벽한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 직장 생활 정서를 반영해 원작에서 '파견직'으로 설정됐던 주인공을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변경했다. 부장님도 쩔쩔매는 '국내 최초 자발적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의 활약은 일본 드라마 특유의 만화적 재미를 살리면서도 계약직을 전전하는 사회 초년생 정주리(정유미), 엘리트 출신의 거만한 직장상사 장규직(오지호) 등의 나머지 캐릭터와 직장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국내 정서도 확실히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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