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베트남에서 벌어진 K리그 올스타전(베트남 동남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두고 뒷말이 많다. K리그 토종 올스타들은 죽기살기로 나온 베트남 영건들을 맞아 기대이하의 경기력 끝에 0대1로 졌다.
실망한 축구팬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경기 내용과 결과만 보면 축구팬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과 베트남의 기본 전력을 감안할 때 K리그 올스타들은 준비 기간이 짧아 손발이 안 맞았다고 하더라도 최소 지지는 말았어야 했다. 급기야 "이런 식이라면 더이상 올스타전을 열지 말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올스타팀의 사령탑을 맡은 황선홍 서울 감독이 소신 발언을 했다. 그는 31일 미디어데이에서 "K리그를 사랑하는 팬분들이 올스타전을 즐기지 못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또 경기력이 좋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누가 잘하고 잘 못하고가 전부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K리그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야하는 것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긍정적인 부분도 바라봐야하지 않나. 미디어, 팬, 연맹, 선수, 감독, 모두 포함해서 큰 그림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황선홍 감독은 K리그에서 지도자로 순항 중인 인물이다. 그는 축구인으로 K리그의 과거와 현재를 몸소 경험하고 있고, 또 미래를 이끌 주인공 중 하나다.
K리그의 현실은 결코 장밋빛이 아니다. '축구 굴기'를 앞세운 중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앞세워 세계적인 명 감독과 선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 J리그도 조 단위 중계권료 계약으로 구단들의 지갑이 두툼해졌다. 반면 K리그는 시장의 외연이 좀처럼 성장하지 않고 있다. 관중(입장권료)은 만연했던 '거품(뻥튀기와 공짜표)'을 빼고 실익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리다. 중계권료도 프로야구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KBO리그가 한해 중계권료로 500억원(추정) 이상을 거둬들일 때 K리그는 6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은 정기적인 미팅으로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중장기적인 발전 프로젝트를 짜놓기도 했다. 과거 경기 결과(승무패)에 올인했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 팀의 자력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프로연맹과 구단 수뇌부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스포츠 시장은 좁고 열악하다. 1등 프로야구가 스폰서와 미디어를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K리그의 살길로 그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는 10년전에도 나왔다. 그러나 과거엔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 익숙함에서 오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이번 베트남 올스타전은 프로연맹이 이사회와 구단 대표자회의를 통해 적잖은 시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추진한 사안이다.
K리그의 이번 베트남 올스타전 개최는 도전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점 등 치밀함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잘못한 걸 따끔하게 야단칠 수 있다. 그러나 K리그의 이 같은 시도 자체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K리그가 한국 축구의 근간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K리그를 좀더 애정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낫지 않을까. 못난 자식에게 사랑의 손길이 더 가는 것 처럼 말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