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한국의 부자들은 1인당 평균 29억원의 부동산을 보유했으며, 아파트를 처음으로 매입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 지역은 서울 강남이 각각 가장 많았다. 이들은 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부동산 선호 경향이 강해 투자 포트폴리오 상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전세계 평균의 2배에 달했다.
또 지난해 한국 부자의 수는 24만2000명으로 전년(21만1000명) 대비 14.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7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자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1인당 평균 28억6000만원으로 국내 전체 가계의 부동산 자산 평균(2억5000만원)의 약 11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KB경영연구소는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을 부자로 정의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매년 '한국부자보고서' 조사를 진행해 왔다.
한국 부자 수는 2012년 16만3000명에서 지난해 24만2000명으로 연평균 10%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차지하는 금융자산 규모도 같은 기간 366조원에서 지난해 552조원으로 연평균 10%씩 늘었다. 전체 국민에서 부자의 비중은 1년 동안 0.41%에서 0.47%로 0.06%포인트가 올랐지만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이 전체 가계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3%에서 16.3%로 1%포인트가 오르며 부의 쏠림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국민의 부자 상위 0.47%가 가계 총 금융자산의 16.3%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보고서는 '한국 부자와 부동산'을 주제로 특집 조사를 진행했는데, 50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비중이 14.8%였고 100억원 이상도 4.3%였다. 이들의 부동산 최초 구매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 21.6%로 가장 높았고, 2000년대 초반(17.6%)과 1990년대 초반(16.9%) 순이었다. 최초 부동산 구매지역은 서울 강남(30.9%), 서울 강북(19.4%), 경기(18.7%), 대구·경북(9.4%) 순이었다. 최초 구입 부동산은 아파트가 76.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구입 시기별로 최초 부동산 가격은 1980년대에 평균 7000만원 수준이었지만 1990년대에는 1억6000만원으로 올랐고, 2000년대는 4억원, 2010년 이후 5억3000만원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첫 부동산 구입 금액 평균은 한국 부자(1억4000만원)가 일반인(7000만원)의 2배 수준이었지만 2010년 이후에는 5억3000만원(부자)과 1억7000만원(일반인)으로 3배로 벌어졌다.
부자들이 현재 대표적인 부촌으로 생각하는 지역으로 강남구 압구정동을 꼽은 사람이 47.4%로 가장 많았고 용산구 한남동(21.9%)과 강남구 청담동(21.2%), 강남구 대치동(19.1%), 서초구 반포동(10.1%)이 뒤를 이었다.
반면 현재 대비 향후 5년 내 어떤 지역이 부촌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청담동과 대치동, 성북동, 평창동 등 전통적 부촌의 비중은 감소하고 반포동과 잠실동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들이 현재 거주하는 곳은 서울 강남이 39.9%로 가장 많았고, 경기·인천(20.7%), 서울 강북(14.5%) 순이었다. 거주 유형은 아파트가 76.8%를 차지해, 일반 가구의 아파트 비중(48.1%)을 크게 웃돌았다. 거주 지역을 선택한 이유로는 '쾌적한 주변 환경'(21.7%), '좋은 교육환경'(19.0%) 등을 꼽았다.
특히 한국 부자들은 부동산을 단순히 거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자산으로 인식했다. 투자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전 세계 부자들의 부동산(거주용 부동산 제외) 투자 비중은 17.9% 수준이지만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투자 비중은 35.8%로 2배나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KB금융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부자들의 투자자산으로서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올라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부자들은 향후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은 28.2%로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27.2%)보다 높았다. 다만 부동산을 처분하겠다는 응답은 20.2%에 불과했고 현 상태 유지(39.4%)와 전·월세 등 임대형태 변화(22.3%), 다른 고수익 부동산 투자(12.3%) 등 부동산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이 높았다. 향후 유망한 투자용 부동산으로는 '재건축 아파트'가 27.7%로 가장 높았고 '빌딩/상가'가 유망할 것이라는 응답도 26.2%였다.
부동산이 아닌 금융자산 투자는 현금/예·적금이 48.9%로 가장 많았고 주식(20.4%)과 투자/저축성보험(13.2%) 순이었다. 한국 부자 중 55.0%가 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포트폴리오 운용 변화에서는 투자용 부동산을 증가시키겠다는 대답이 42.8%로 가장 높았다. 수익과 위험을 모두 고려할 때 선호 투자처는 국내 부동산이 32.2%였고, 국내 주식이 23.4%, 해외 주식이 9.7%였다.
부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억6000만원으로 일반가구(4883만원)의 5.3배 수준이었다. 또 은퇴한 부자의 월평균 생활비는 717만원으로 일반인(평균 237만원)의 3배 수준이었다. 보유 자산을 자녀에게 상속 및 증여하겠다고 응답은 95.7%로 가장 높았으며 배우자(53.2%), 손자녀(12.0%) 순이었다. '자녀 세대는 과거보다 부모의 도움 없이 자수성가하기 힘들어졌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비율은 84.8%로 전년 대비 11.8%포인트 올랐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