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의 단비'라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 말 아닐까.
삼성 라이온즈 정인욱이 외국인 투수 2명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생긴 공백을 깔끔히 메워주는 호투로 김한수 감독의 걱정을 덜어줬다. 이날 팀은 5대2로 패했지만 삼성은 정인욱이라는 소득을 얻었다.
정인욱은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안타 2탈삼진 2실점(1자책)했다. 2-2 동점 상황에서 교체돼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다.
경기 전 김한수 감독은 "(정)인욱이는 멘탈이 정말 좋다. 오늘도 올라와서 인사를 하는데 환하게 웃으며 '오늘 잘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이어 "멘탈만큼 투구도 잘했으면 좋겠는데…"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정인욱은 1회는 패스트볼이 공략당하며 위기를 맞았다. 최주환과 류지혁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고 1사 후 김재환 타석 때 투수 실책으로 최주환에게 홈을 허용했다. 이어 2사후 에반스와 민병헌에게 다시 연속안타를 내주며 다시 1실점을 했다.
하지만 2회부터 5회까지는 변화구를 적절히 섞는 무실점 호투로 김 감독의 걱정을 무색케 했다.
2회와 3회를 삼자범퇴로 끝낸 정인욱은 4회 2사 후 허경민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후속타자 최주환을 1루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시키며 이닝을 마쳤다.
5회도 세타자로 막아낸 정인욱은 6회 최충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투구수도 69개에 불과했다.
삼성은 현재 '투수왕국'이 아니라 '부상투수왕국'이다.
부상 투수들이 너무 많다. 우선 외국인 투수 2명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앤서니 레나도는 지난 달 27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서 박석민의 타구에 오른손을 맞아 경기 도중 강판돼 오른손 중수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에 앞서 재크 페트릭은 우측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재활중이다.
두 외국인 투수에 대해 김한수 삼성 감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했다. 교체로 가닥을 잡을 수도 있지만 팀 사정상 쉽지 않다. 김 감독도 "아직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기에 기대를 했던 신인투수들도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기태는 시즌 초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지난 달 30일에야 퓨처스리그에서 첫 실전을 치렀다. 김 감독은 "김기태는 차근차근 재활 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2군 등판을 더 하면서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최지광도 부상중이다. 허리 통증으로 지난 6월 4일 말소돼 2개월째 재활중이라 김 감독은 "(최)지광이도 이제 투구를 시작했다.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때문에 김 감독은 임성무와 정인욱에게 기대를 걸었다. 안성무는 지난 달 28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 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안도케 했지만 나머지 한자리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정인욱이 이날 경기에서 선발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김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게 됐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감독 시절 정인욱을 좋은 투수로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었던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이 그의 투구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대구=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