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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판 '역귀성'…부산의 기발한 서울 전지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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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되면 더 북쪽으로 가고 싶어요."

'역귀성'이란 신조어는 1996년 국립국어연구원이 발간한 '1995년 신어보고서'에 소개됐다.

설-추석 명절 때마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고향 부모가 자녀가 사는 도심으로 찾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역귀성'은 이제 일상적인 사회현상이 됐다.

프로축구에도 '역귀성'이 등장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역전지훈련'이다.

다소 익살스러운 발상의 전환을 선택한 팀은 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다. 부산은 올스타전 브레이크를 맞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한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28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잡은 혹서기 전지훈련을 위해서다. 흔히 전지훈련이라고 하면 더위·추위를 피해 자연환경도 좋은 한적한 곳을 찾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그것도 서울로 전지훈련을 왔다니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히려 재치와 실속이 넘치는 선택이었다. 부산 구단이 마곡지구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파주NFC(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와 가깝기 때문이다. 파주NFC를 빌려 3박4일 동안 오가며 훈련을 진행했다. 현재 대표팀 소집 일정이 없기 때문에 파주NFC를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당초 부산은 올스타전 브레이크를 맞아 단골 전지훈련지였던 남해, 순천 등 남부지방 해안지역으로 전지훈련을 가려고 했다. 부산 클럽하우스에 계속 머물러도 되지만 그동안 지친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 기분 전환도 해줄 겸 전지훈련을 계획했다.

여름 피서철 성수기가 문제였다. 기존 전지훈련지에서 많은 선수단 인원이 숙소로 사용할 만한 호텔에는 남은 방이 없었다. 일기예보도 활용했다. 때마침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형성되면서 남쪽 지역에 폭염이 엄습한 대신 서울 인근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조진호 부산 감독은 "파주NFC의 체감 온도는 섭씨 3∼4도 정도 낮아 뜨거운 남쪽보다 훨씬 좋았다. 통일만 되면 더 북쪽으로 가고 싶을 정도"라며 웃었다.

그렇다고 비용을 많이 쓴 것도 아니다. 부산이 숙소로 잡은 곳은 마곡지구 레지던스호텔이다. 신도시처럼 한창 개발 중인 곳에 최근 문을 연 곳이라 고급호텔부럽지 않았다. 가격도 남부지방 피서지는 물론 김포공항 근처 특급호텔보다 훨씬 저렴했다. 훈련장도 파주NFC가 여름 비수기여서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부산 선수들은 신도시 마곡지구에서 '도심나들이' 기분을 내고, 부대시설 완벽한 파주NFC에서 부족한 전력을 가다듬으며 일석이조의 훈련을 했다. 먹고, 자고, 운동하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는 부산 클럽하우스 외진 곳에 비하면 '콧바람' 제대로 쐰 셈이다. 부산 선수단은 31일 오전까지 마무리 훈련을 한 뒤 부산으로 내려간다.

조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 효과에도 대만족이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레오와 이준희 이재권이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고 무엇보다 희한한 전지훈련에 흥미를 느낀 선수단 분위기가 한층 좋아졌다는 게 조 감독의 설명이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파주NFC는 국가대표팀의 기운이 서려있는 곳이다. 국가대표의 꿈을 품고 있는 부산 선수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자극이 됐을 것"이라면서 "재개될 K리그에서 선두 경남을 맹추격하는 데 역전지훈련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