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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오연서 "제목 '엽기녀' 아니면 잘됐을 거란 말,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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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월화극 '엽기적인 그녀'를 마친 배우 오연서를 만났다.

보통은 드라마 종영과 촬영이 비슷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배우들도 생생한 여운을 갖고 인터뷰에 응한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는 100% 사전제작된 작품으로 이미 지난해 8월 촬영을 시작해 올 3월까지 7개월 여에 걸쳐 촬영을 마무리 했다. 시청자야 아직 드라마 종영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이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드라마 촬영이 끝난지 한참이나 지나 다시 예전의 추억을 소환해야 하는 난감 복잡한 상황. 그러나 오연서는 "첫 촬영이 지난해 8월 말이라 거의 1년 정도 지난 셈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꼬박꼬박 본방 사수했다. 다 찍어놓고 보니까 나중에 선물 받는 느낌이라 즐겁게 봤다. 옛날 생각도 새록새록 났다. 아무래도 사전제작이다 보니 체력적인 부분에서 좋았다. 다행히 시간이 많아서 잘 수 있는 시간도 많았고 예쁜 그림을 많이 담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며 밝게 인터뷰에 응했다.

'엽기적인 그녀'는 까칠한 도성 남자의 대표주자 견우와 조선의 문제적 그녀가 펼치는 예측불허 로맨스 드라마다. 오연서는 극중 혜명공주 역을 맡아 말 그대로 몸을 던졌다. 후반으로 접어들며 진지한 감정신이 나오긴 했지만 극 초반에는 술에 취해 견우(주원)에게 오바이트를 하고 발길질도 마다하지 않는 천하의 날 공주 캐릭터로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늘 찍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연기하는 편이다. 모니터를 보면 조금 덜 할걸 후회했다. 엄마가 많이 속상해 하셨다. 꼭 저렇게 토해야 하냐고 하셨다. CG에 스톱모션을 걸어서 더 적나라했다. 실제로 토한 건 아니라고 했는데 조금 덜 하지 그랬냐고 하셨다. 아무래도 낯설어 하시는 것 같다."

오연서표 코믹 연기에 시청자도 웃음보가 터졌다. 하지만 오연서 본인은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었단다. '대왕세종'(2008) '동이'(2010) '거상 김만덕'(2010) '빛나거나 미치거나'(2015)에 이어 사극만 다섯 번째인 '사극 요정'에게 어려울 게 뭐가 있나 싶었지만, 다른 사극과는 다른 대사 톤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극인데 반말, 현대극 말투가 있었던 거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낯설었다. 또 뒷 부분이 그렇게 진지해질 줄 나도 몰랐다. 진지한 신이랑 밝은 신을 번갈아 찍어서 격차를 얼마나 둬야 할지 고민했다. 피드백을 받을 수 없으니까 감독님, 상대 배우와 얘기를 많이 했다. 잘못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신경을 많이 썼다.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신선함 때문이었다. 상상신도 많이 나오고 현대신도 나오고 반말 투도 있다. 많은 분들이 낯설어 하시더라. 반응을 보니까 초반처럼 재밌게 계속 갔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사극톤으로 완전 바뀌니까 더 재밌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

'엽기적인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과 극 반응을 몰고 왔던 작품이다.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원작 영화가 갖는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하며 힐난하는 쪽도 있었다. 반면 오연서와 주원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비주얼 케미와 기존의 사극과는 다른 경쾌한 분위기가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쪽도 팽팽하게 맞섰다. 어쨌든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했던 주연 배우 입장에서는 혹평에 마음이 쓰릴 수밖에 없을 터다.

"사실 원작이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찍기 전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대본을 받으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아무래도 선입견 때문에 안보신 분들도 계신다. 제목을 생각하지 않고 보시면 소소하고 재미있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작과의 비교나 혹평은 아쉽기는 하다. 제목이 '연기적인 그녀'가 아니었다면 좀더 잘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하신다. 원작의 이미지가 강렬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행히 초반에 보셨던 분들이 계속 봐주셔서 높낮이 없이 꾸준히 시청률이 나온 것 같다. 우리 드라마의 장점 중 하나는 크게 악인이 있거나 크게 자극적인 소재가 있는 게 아니라서 전 연령대 시청자가 무난하게 보기에 좋았던 것 같다. '아빠랑 재밌게 본다'는 댓글이 힘이 많이 됐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