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대전 격투 게임 대회에서 여성 캐릭터 복장 문제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7월 1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VO 2017'에서 일어났다.
이날 '스트리트 파이터 5' 부문 8강전에서는 일본 선수 '카즈노코' 료타 이노우에가 미국 선수 '너클두' 두 당이 사용하던 남성 캐릭터 '가일'을 상대로 여성 캐릭터 '캐미 화이트(이하 캐미)'를 사용해 경기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카즈노코' 선수가 3라운드에서 승리한 직후 경기가 갑자기 중단됐다. 경기 스태프가 '카즈노코' 선수에게 캐릭터 복장을 변경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에 '카즈노코' 선수는 '캐미'가 입은 복장을 DLC로 제공되는 검은색 스커트와 흰색 털 재킷으로 변경해 경기를 재개했다.
이후 '카즈노코' 선수는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를 지켜보던 유저들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경기 당시 기본 복장을 입었던 '캐미'가 복장을 강제로 변경 당해서였다. 유저들은 "경기를 중계했던 ESPN이 '캐미' 기본 복장을 '선정적인 복장'으로 규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ESPN은 "방송 기준에 따라 변경되었다"고 입장을 전했다.
경기 당시 '카즈노코' 선수가 사용한 '캐미'는 1993년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부터 등장했다. '캐미'는 노란색 묶은 머리를 흩날리며 빨간 베레모와 장갑, 녹색 하이레그 스타일 레오타드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꾸준히 시리즈에 출연한 '캐미'는 '춘리'와 더불어 시리즈를 대표하는 여성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캐미'는 20년이 넘도록 복장을 고수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ESPN이 '캐미' 기본 복장인 녹색 하이레그 스타일 레오타드를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은 의상으로 교체하기를 종용하면서 ESPN에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ESPN이 기존에 중계했던 '비치 발리볼' 경기가 자주 언급됐다. '비치 발리볼'은 해변에서 진행되는 2대 2 경기로 여성부 경기에 참가한 선수는 비키니 수영복과 비슷한 복장을 입고 경기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과격한 움직임으로 복장이 흐트러지게 된다. 경기가 생중계된다면 이런 모습도 여과 없이 송출되는 경우가 있다.
유저들은 이처럼 상당한 노출이 그대로 방송되는 '비치 발리볼' 경기는 무리 없이 중계하던 ESPN이 게임 캐릭터 노출을 문제 삼아 복장을 바꾼 일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대전 격투 게임 대회 'EVO'는 지난해에도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 '캐미'와 마찬가지로 '스트리트 파이터 5' 등장 캐릭터 '레인보우 미카'가 입은 복장을 다른 복장으로 교체했다. '레인보우 미카'는 프로 레슬러 콘셉트로 디자인된 캐릭터로 '캐미'와 마찬가지로 엉덩이 부분이 노출되는 복장을 기본으로 입고 있다.
일부 유저는 "게임에서 여성 캐릭터에 대한 지나친 섹스어필을 줄여야 한다"며 ESPN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노출을 따지자면 같은 게임에 등장한 남성 캐릭터 '장기에프'는 빨간 팬티 하나만 입고 전투에 나서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제재가 한 번도 없었다"며 사건을 비꼬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출 때문에 복장이 변경된다면 여성 캐릭터뿐만 아니라 남성 캐릭터도 다른 복장으로 교체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는 여러 게임이 게임 속 여성 캐릭터가 지나친 성 역할 강조와 섹스어필을 하지 않도록 개발되고 있다"며 "반면 남성 캐릭터에 대해서는 이런 부분이 언급되지 않고 있어 남성, 여성에 따른 차별 아닌 차별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