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선발진을 갖춰봤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김용응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한화 이글스 사령탑 시절 했던 얘기다. 어느 감독이든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전력 요소로 선발진을 꼽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선발진을 만드는 건 감독에게 할당된 어느정도의 몫이기도 하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이라는 '판타스틱4'를 앞세워 정규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우면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두산이 올시즌 고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막강한 선발진의 위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
올해 KIA 타이거즈가 선두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원동력 역시 선발진이다.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의 원투펀치는 26일 현재 27승을 합작했고, 들쭉날쭉했던 팻딘도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신예 임기영과 정용운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후반기 최강의 선발진은 롯데 자이언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는 26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후반기 7경기에서 5승1패1무를 거두며 승률 5할을 돌파했다. 이 기간 롯데의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2.23으로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위다. 시즌 팀평균자책점 자체가 5점대에서 4점대로 좋아진 것도 전체적인 마운드 안정에서 비롯된 것인데, 5명의 선발투수들 몫이 크다. 브룩스 레일리, 조쉬 린드블럼, 송승준, 박세웅, 김원중이 그들이다.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선발 송승준은 7이닝을 8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승리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가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했지만 9대8 승리의 일등공신은 송승준이었다. 경기 후 조원우 감독이 "송승준이 7이닝을 막아주며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을 정도다.
대체 선수로 다시 들어온 린드블럼도 지난 주 KIA와의 복귀전에서 4이닝 무실점을 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린드블럼은 이번 주말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을 목표로 던질 예정이다. 140㎞대 후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 지난해보다 강력해진 모습이라 로테이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레일리는 최근 6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5연승을 달렸다. 풀타임 선발 2년차인 박세웅은 시즌 10승을 바라보고 있고, 김원중도 착실하게 선발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다. 조 감독은 롯데 부임 이후 롯데 선발진이 이렇게 좋은 적이 없었다고 할 정도다. 조 감독은 지금의 로테이션은 그대로 간다고 했다.
파커 마켈의 예상치 못한 이탈, 대체 요원이었던 닉 애디튼의 끝없는 부진으로 전반기 시행착오를 겪었던 롯데가 이제는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선발진을 갖추면서 5위 싸움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