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연속 6이닝 이상 투구 그리고 완투에 가까운 호투. 넥센 히어로즈 앤디 밴헤켄은 '에이스'의 건재를 알렸다.
밴헤켄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1실점 호투를 했다. 밴헤켄은 초반부터 특별한 위기 없이 LG 타선을 빠른 카운트로 아웃시켰다. 3회말과 5회말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범타 유도와 병살 처리로 급한 불을 껐다. 투구수 관리도 효율적이었다.
결국 8회까지 투구수 93개로 마친 밴헤켄은 정성훈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을 제외하면 추가 실점 없이 등판을 마쳤다. 9회말 불펜이 역전을 내줘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으나 흠 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유독 잠실에서 강하다. 통산 잠실 구장 성적은 22경기 14승6패 평균자책점 2.45로 빼어나다. 2012시즌 KBO리그에 데뷔해 6시즌째 뛰면서 잠실에서 낸 성적이 가장 좋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의 잠실구장 통산 평균자책점이 3.11이고, 또다른 '잠실 강자' LG 헨리 소사의 통산 성적은 60경기 22승18패 평균자책점 3.97이다. 표본 수치는 원정팀 소속인 밴헤켄이 훨씬 적지만,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
밴헤켄은 홈런이 많이 나왔던 타자친화형 목동 구장을 2015시즌까지 홈으로 썼기 때문에, 투수친화형 구장인 잠실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큰 구장이라 조금 더 편안하게 던질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답하지만, 성적이 대신 말해준다.
비록 팀의 역전패에 쓰린 속을 달랬으나, 밴헤켄은 걱정을 날렸다. 시즌 초반 왼쪽 어깨에 불편함을 느낀 후 한동안 페이스가 꺾였었다. 집중 난타 당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넥센 구단은 대체 선수를 물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7월 이후 다시 안정을 찾았다. 특별한 기술적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어깨 근육통이나 체력 저하는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KBO리그에서 최전성기였던 2014~2015시즌에는 직구 최고 구속이 150㎞에 육박했지만, 이제는 140㎞대 초반을 웃돈다. 세월이 흘러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이다.
체력적인 관리를 해주면 문제 없다. 넥센이 투수 교체 없이 밴헤켄을 믿기로 한 것도 그만큼 KBO리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외국인 투수가 드물기 때문이다. 휴식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최근 투구에서 보여준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