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4경기 연속 멀티골, 4경기 9골, 10경기 15골…,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고 있는 '신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기록이 아니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득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수원 호날두' 이야기다.
조나탄이 입이 딱 벌어지는 득점기록 행진 속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금 K리그는 최고의 별은 단연 조나탄이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경기에 나서기만 하면 골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무기다. 양동현(14골·포항)-자일(13골·전남)과 함께 3파전으로 진행되던 득점왕 경쟁은 단숨에 18호골 고지를 점령한 조나탄쪽으로 무게추가 확 쏠렸다. 조나탄이란 확실한 스코어러를 보유한 수원은 5연승에 성공하며 단숨에 2위까지 뛰어 올랐다.
과연 이 남자, 무엇이 그렇게 특별하길래 이토록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는 것일까. 축구의 4요소인 기술, 전술, 체력, 심리적인 부분로 나눠 그 비밀을 찾아봤다.
▶기술
조나탄의 최고 장점은 역시 폭발적인 슈팅이다. 조나탄과 함께 했던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는 "처음 봤을때부터 슈팅은 눈에 확들어왔다. 발목 힘을 바탕으로 한 슈팅은 타고 났다"고 했다. 슈팅이 강력해 방향을 알고도 막지 못한다. 6월21일 광주전 첫 골과 19일 전남전 첫 골이 대표적이다. 예상했던 속도보다 더 볼이 빠르게 들어가기 때문에 골키퍼는 속수무책이다.
파워만 좋은 것이 아니다. 슈팅 테크닉도 뛰어나다. 김병지 SPOTV 해설위원은 "밀어 때리거나 꺾어 때릴 줄도 안다. 골키퍼 위치를 미리 읽고 슈팅하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했다. 19일 전남전에서 해트트릭을 완성한 시저스킥은 조나탄의 슈팅스킬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시저스킥은 슈팅에서 궁극의 기술이다. 그 각에서 그런 슈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슈팅센스가 좋다는 것"이라고 했다.
슈팅을 만들기 전까지의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조나탄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수비를 압도하는 스타일이다. 이때 눈여겨 볼 것이 슈팅 타이밍이다. 신 교수는 "상대 골문으로 풀 스피드로 달리면서 동시에 슈팅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슈팅할때 디딤 발과 차는 발의 밸런스를 잡으려면 발을 맞춰야 하는데 조나탄은 이를 빠르게 처리한다. 골키퍼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술
조나탄이 과거와 비교해 가장 발전한 부분이다. 김태륭 SPOTV 해설위원은 "사실 볼 점유를 강조하는 수원의 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다. 조나탄은 역습 패턴에 익숙한 선수다. 하지만 오랜시간 수원과 함께 하면서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배운 것 같다"고 했다. 사실 대구에 있을때만 하더라도 움직임이 단순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조 대표의 적극적인 조련 속에 조나탄은 업그레이드됐다. 이제 움직임은 조나탄의 장점이 됐다. 고정운 SPOTV 해설위원은 "조나탄이 공간활용능력이 뛰어나다. 수비수들을 끌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갈때 그 뒷공간을 이용해서 기회를 만든다"고 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의 배려가 있었다. 조나탄이 가장 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고 위원은 "사실 좌우로 빠져나가는 것을 즐기는 조나탄의 스타일을 보면 원톱 보다는 투톱, 아니면 제로톱이 더 어울린다. 수원이 3-5-2로 포메이션이 확실히 자리매김하면서 조나탄의 득점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수원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동료들의 패스를 활용한 플레이에도 눈을 떴다. 김병지 위원은 "염기훈 김민우가 크로스를 할때 조나탄의 움직임을 보면 어디로 뛰어들어가야 할지 정확히 아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동료의 패스를 이용하면 훨씬 더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체력
지금 조나탄의 체력은 정점에 오른 모습이다. 민첩성, 순발력 등 최상의 신체 컨디션을 자랑한다. 김태륭 위원은 "근육량만 봐도 조나탄이 얼마나 신체적으로 뛰어난 선수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스피드를 빼놓을 수 없다. 조나탄이 세밀한 기술은 없지만 솔로플레이가 가능한 이유는 역시 탁월한 스피드 때문이다. 상대 수비는 조나탄의 스피드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간다. 23일 상주전 두번째골에서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하고 골을 만들어낸 장면은 조나탄식 스피드 축구의 백미였다. 신 교수는 "옛날에 차범근 선수가 기술이 없다고 혹자는 이야기 하는데 그렇게 달려서 상대가 쫓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기술이 어딨나. 지금 조나탄이 딱 그렇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병지 위원은 조나탄의 유연성에 주목했다. 김 위원은 "조나탄이 어떤 각도에서, 어떤 동작으로도 슈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다음 동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연성이 대단히 좋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어려운 상황에서 슈팅을 때리는 모습을 보면 몸에 밸런스를 잡는 유연성이 탁월해 보인다"고 감탄했다.
▶심리
공격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언제든 내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워낙 자신감이 넘치던 조나탄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거칠 것이 없다. 각이 없는 곳에서도 멈추지 않고 때린다. 서 감독이 "솔직히 좀 오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는데 그걸 넣어버린다"고 머쓱해할 정도. 신 교수는 "조나탄은 어떤 상황이든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심리적으로 각성했다고 하는데 팀 성적까지 좋아지면서 최고조에 달해있다"고 했다. 이상윤 MBC SPORTS+ 해설위원은 "조나탄이 욕심이 많다. 사실 호날두만 봐도 자기한테 볼이 안오면 경기 중에도 화를 내지 않나. 기본적으로 골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나탄이 많은 득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조 대표는 "조금 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조나탄이 다혈질이다. 플레이가 안될때 표정이 숨겨지지 않는 것은 분명 고쳐야 하는 단점이다. 여기는 유럽이 아니다. 동료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를 고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