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속절없는 6연패에 빠지며 9위로 내려 앉았다. 덕아웃 분위기는 침울하고, 이기고 있어도 언제 역전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허술한 선발, 믿음을 주지 못하는 불펜, 흔들리는 수비, 그나마 방망이로 버텼지만 이마저도 응집력 부족.
한화는 올해 가을야구에 실패하면 10년 연속 '빛을 보지 못한' 팀이 된다. 2015시즌에 앞서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면서 드라이브를 걸었던 한화. 그해 후반기에 와르르 무너지며 6위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재차 가을야구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는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후반기에 잠시 반등했지만 힘이 부족해 7위.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쁘다.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의 의견충돌은 결국 지난 5월 23일 김성근 감독의 중도사퇴로 이어졌다.
지금 한화 내부엔 '네 탓'만 가득하다. 선수들의 줄부상, 특히 야수들의 햄스트링 부상은 돌림병 수준이다. 김태균 이성열 송광민 하주석 김원석 최재훈 허도환 등 무려 8명이다. 햄스트링이 온전한 야수를 찾기가 어렵다.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와 알렉시 오간도를 비롯해 투수진 줄부상도 이어지고 있다.
부상의 원인은 한가지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특히 햄스트링은 유연성과 트레이닝 부족, 하체 앞뒤 근육비 부적합 등이 직접 원인이지만 선수마다 개인 차가 있다. 김성근 감독 시절 많은 훈련으로 인해 선수들이 지쳐있다는 시각, 부상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겨울 오히려 훈련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한화 내부에선 '김성근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물러난 지 두달이 지났지만 뭔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떠난 지도자 탓을 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감지 된다. 이제는 '홀로 서기'를 해야할 때가 됐다. 시즌 초반 낮 경기후 김성근 감독의 특타 지시를 보며 '특타만 안해도 4강은 하겠다'는 구단 내부 일부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순리 야구', '건강 야구'의 자신감은 채 두 달을 못갔다.
한화의 지난 2년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전 역시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늘 꼴찌가 당연시되던 팀이었다. 경기 후반 팬들의 '최·강·한·화' 육성 외침은 안타깝기만 하다. 올해도 부동의 '꼴찌' kt위즈마저 없었다면 그 결과는 더욱 참혹했을 수 있다.
김성근 감독 시절의 부상-혹사 논란, 선수들의 체력 고갈 등은 김 전 감독이 온전히 책임져야할 부분이다. 공과를 던져두고 이제는 한화 구단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지난 3년간 대규모 투자의 효율성 등을 냉정하게 체크해야 한다. 3년전 영입했던 송은범은 실패했고, 권 혁은 성공했다. 성장한 선수도 있고, 도태된 선수도 있다. 이 모든 책임을 총체적으로 떠안는 주체는 구단이다.
한화는 지금까지 단기 성과에 급급했고, 가을야구 실패 횟수가 늘어갈수록 조급증이 가중됐던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야구 못하는 팀'이 된 한화는 누구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잘된 투자, 실험보다는 실패가 많았다. 플러스 보다는 마이너스가 쌓이고 쌓여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
신인 유격수의 실책에 인상을 찌푸리는 베테랑 투수. 외야플라이에 타구 판단이 늦어 태크업을 못한 후배를 그 자리에서 쏘아붙이는 선배, 팀은 지고있는데 안타 하나 때린 뒤 덕아웃에서 미소 짓는 야수. 지금 9위 한화가 보여주는 민낯이다.
지난 2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은 최근 한화가 처한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전날(22일)까지 17경기에서 선발승이 고작 2승에 불과했던 한화. 오랜만에 외국인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6이닝 1실점 선발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가장 구위가 좋다던 윤규진은 선발에서 불펜으로 돌자마자 ⅔이닝 3안타 3실점, 권 혁도 1이닝 1이닝 3안타(1홈런) 1실점했다. 마무리 정우람은 끝내기 폭투까지 내주며 1이닝 2안타 4사구 2개 3실점(1자책)으로 패전 멍에를 썼다. 한화는 경기 후반 3이닝 동안 7실점하며 7대8로 역전패했다.
최근 10경기에서 1승9패, 후반기 들어 2승도 챙기지 못했다. 5위 SK 와이번스와는 11경기 반 차. 사실상 가을야구는 물건너갔다. 목적을 잃은 한화. 이제 무엇을 위해 달려가야하는 지 선택할 시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