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야구대표팀 전임 사령탑에 선임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어렵게 선 감독을 모셔왔다. KBO가 선임한 명실상부한 국가대표팀 전임사령탑 1호. 국보투수, 나고야의 태양, 삼성 라이온즈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성장과 함께 한 선 감독이 야구대표팀 재건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선 감독을 모셔오기는 쉽지 않았다. 몇차례 직간접적으로 KBO 수뇌부와 야구원로들이 선 감독에게 감독 의향을 타진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다. 선 감독은 지금도 매년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의 사령탑 교체시기에 이름이 거론된는 유력인사다. 대표팀 전임감독에 선임되면 계약기간 등을 지켜야 한다. KBO가 가장 신경을 쓴 대목이다. KBO관계자는 "어렵사리 모신 대표팀 전임감독이 팀을 곧바로 떠나면 안된다.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다. 계약 기간 준수가 가장 중요했다. 대우 또한 그에 맞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선 감독은 오는 11월 16∼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국 일본 대만 3개국이 맞붙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부터 지휘봉을 잡는다. 이 대회는 젊은 선수들 위주의 국가대항전이다. 출전선수는 24세 이하, 프로 입단 3년차로 제한을 두고 연령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 3명이 합류한다. 이번이 첫 대회다. 이어 내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사령탑에 앉는다. 약 3년여의 긴 시간이다.
보통 성적이 부진한 사령탑을 협회가 먼저 나서서 경질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선감독은 다르다. 오히려 붙잡아 두는 것을 고민했다.
선 감독 역시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뒤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 되어 부담감이 막중하다. 대표팀 구성과 전략에 연속성을 갖고 체계적인 운영을 통해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감독 선임의 소감을 밝혔다.
KBO는 지난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른 WBC 서울라운드에서 1차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자 대표팀 강화 방안을 고민했다. 업무 효율성 등을 들어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 선임에는 부정적이었으나 대표팀 전력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 고려로 급선회했다. 처음부터 선동열 감독이 최적임자라는 내부, 외부 의견이 많았다. 선동열 감독은 국내최고 선수, 일본프로야구 활약, 지도자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삼성 라이온즈), 올림픽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투수코치 등 풍부한 선수-지도자 경험이 있다. 여기에 확실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갖췄다. KBO와 야구계가 지난 몇달간 수차례 직간접적으로 선동열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아줄 것을 당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은 삼고초려가 선 감독의 마음을 돌려세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