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안되는 짧은 여정이었다. 그러나 기회가 다시 주어질 지는 알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황재균이 마이너리그로 되돌아갔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23일(이하 한국시각) 황재균을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캐츠로 되돌려 보내고, 대신 외야수 올랜도 칼릭스트를 불러올리는 로스터 조정을 단행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더머큐리뉴스 등 지역 언론들은 이날 황재균의 마이너행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예상됐던 조치다. 황재균은 지난 6월 29일 메이저리그에 올라 13경기에서 타율 1할6푼7리(36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 3볼넷 8삼진을 기록했다. 빅리그 데뷔전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5번 3루수로 선발출전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아 4타수 1안타 2타점을 때렸다. 당시 그는 0-2로 뒤진 4회말 내야 땅볼로 첫 타점을 올린데 이어 3-3이던 6회말에는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결승점을 뽑는 등 메이저리그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전반기 내내 주어진 선발 출전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10경기에서 타율 1할9푼4리에 머물렀고, 후반기에는 벤치 멤버로 강등돼 3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전 황재균과 장시간 면담을 나눈 샌프란시스코 브루스 보치 감독은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벤치에 앉아 경기를 보고 시간을 보내는 게 그에게는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이곳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이번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전에 해 본적이 없는 (백업)역할을 했다. 그는 재능있는 선수지만, 충분히 기회를 주기는 힘들었다"고 밝혔다.
황재균은 "벤치 멤버로 출전하기 시작한 뒤로 경기 중반부터 준비를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몸을 제대로 풀기 힘들었다"면서 "수비할 때마다 배트를 들고 나가 내가 상대할 투수들과 그들의 구종을 지켜보려고 노력했다. 감독이 혹시 나를 기용할 것에 대비해 준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빅리그 승격 후 팀워크와 성실성 부분에서 호평을 받은 황재균은 "팀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출전시간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다하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새크라멘토는 현재 원정경기를 치르고 있기 때문에 황재균은 팀이 홈으로 돌아오는 26일부터 합류할 계획이다. 하지만 트리플A에서도 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다시 빅리그 도전장을 던진 '예전의 스타' 파블로 산도발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도발 역시 26일부터 출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재균은 여전히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도 제대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굳이 샌프란시스코에 남을 필요는 없다. 더머큐리뉴스는 '황재균의 계약해지 조항은 이제 효력이 없지만, 팀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있다면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이번에는 그 마음을 들어줄 용의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황재균은 올초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면서 7월 1일까지 빅리그에 오르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6월말 계약해지 조항을 행사하겠다고 하자, 샌프란시스코는 즉각 그를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키며 이를 무마했다. 그러나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을 포기한 상황에서 황재균 등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로스터를 조정한 측면이 컸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황재균이 9월 엔트리 확대 때 다시 빅리그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