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출시된지 한달, 리니지가 모바일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15년 만에 리니지M을 시작해 60레벨을 찍었습니다.
과거 즐겼던 리니지는 50레벨을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당시 서버에 데스나이트로 변신할 수 있는 유저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자동사냥만 돌려놔도 무럭무럭 성장하는 캐릭터를 볼 수 있는 시기가 되었네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80레벨 군터 변신 정도가 되어야 그때부터 진짜 리니지라고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벌써 65레벨을 훌쩍 넘긴 유저들이 많지만 직장인으로 60레벨을 찍는 것도 쉽지 않았고 초창기 리니지 52레벨을 달성해 데스나이트로 변신할 수 있었던 생각도 나서 간단히 한 달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잘못된 선택, 실수의 연속>
요즘 누군가는 리니지M을 시작한 것이 최고의 실수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리니지M을 시작하고 첫 번째 실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데포르쥬1 서버를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나아졌는데, 오픈 초기에는 3천명 대기는 당연한 것이어서 2시간 정도는 당연히 기다려야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리니지는 도시 서버에서 게임을 해야한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남아있어서인지 사전 캐릭터 신청에서 어려움을 뚫고 1서버를 선택한 것이 초기에 이렇게 발목을 잡힐 줄을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과거 리니지에서는 요정으로 시작해 인트에 올인한 법사를 주직업으로 삼았는데, 리니지M에서도 인트에 올인해 마법력을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먼으로 메우려는 생각에 법사를 첫 직업으로 선택했습니다.
가장 큰 실수였다고 봅니다. 마법서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 법사라니. 게다가 이번에는 서먼도 없었고. 결국 칼질하는 법사가 되었고 인트에 스탯을 올인하다 보니 생명력도 낮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몇일을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죠.
50레벨이 되었으나 사냥터에서 30분 사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역시 리니지는 기니지'라고 되뇌며 기사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초반 5일 연속 로그인 보상으로 주어지는 마족 무기 제작비법서를 법사로 선택해 받았고, 한번밖에 구입할 수 없는 변신 패키지 역시 법사로 구입했기에 스탯 보너스가 거의 없는 상태로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속도감 있는 레벨업>
그래도 법사 패키지에서 가져올 수 있는 장비들이 몇 개 있었기에 6검 4셋을 비슷하게 갖춰입었고, 패키지에서 남아있던 아인하사드의 축복도 기사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거래소가 업데이트 되었지만 당시에는 거래소가 없어서 제작을 하거나 직접 얻어야 했는데, 부족한 부위의 장비는 오크족 장비나 비슷하게 걸쳐입고 일단 빠르게 레벨업을 시작했습니다. 물약도 많이 들 수 있고 1시간은 너끈하게 자동사냥이 되기에 3번 무료부활을 활용해 핸드폰이 열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최근 시간 대기열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고 5일의 시간을 법사에 투자해 2주차에 좋은 사냥터에 진입한 유저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다소 쓰리긴 했습니다.
리니지는 '그 레벨에 잠이 오냐'는 이야기가 있고 CF에서도 '밤샐 준비됐냐'는 멘트가 사용되었지만 이제 생활이 있고 직장생활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리니지M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을 순 없었습니다. 그래도 잠들기 전에 물약을 가득 채워놓고 2~3시간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기사 캐릭터가 조금 든든해진 것은 사실이었죠.
도시서버라 그런지 장비 가격은 어마어마해서 구입은 어려웠지만 파는데 있어서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었습니다.
<운 좋게 찾아온 행운, 그리고 득템>
이제 법사 레벨을 넘어 50레벨 중반으로 향하던 시기, 실수만 하던 저에게 득템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서버점검 이후 게임에 빠르게 접속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기란감옥 퀘스트가 있어서 워프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퀘스트를 하려고 지나가고 있었는데, 평소에 못보던 몬스터가 있어 무의식적으로 공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유저들이 몰려들었는데, 기사가 위치할 수 있는 공간은 두 자리. 결국 두 명의 기사와 요정들이 몬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었습니다. 몬스터는 파우스트였고, 제 인벤토리에는 첫 파랑 아이템인 '희귀 제작 비법서'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무관의 양손검이냐 수정 단검인지를 두고 검색이 시작되었습니다. 과거 리니지를 할 때는 고강의 싸울만 있으면 될 때였기에 이후 아이템들의 성능과 활용은 검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능성 면에서는 수단인데 PvP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고민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거래소가 오픈됐고 제 선택은 거래소였습니다. 거래소 초기 희귀 제작 비법서는 1만 다이아를 훌쩍 상회했고 지금 좋은 무기를 하나 가지고 있다고 해서 용던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과감하게 팔고 다른 장비 세팅을 갖춰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에바의 던전 사냥이 가능한 장비도 갖출 수 있었고, 부족한 아인도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이제 60레벨밖에 안된 캐릭터로 리니지M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즐기고 있습니다. 필드에서 사냥을 하다보면 예전 생각도 많이 나고 젤, 데이 하나를 얻는 것으로도 득템의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희귀 비법서가 없었다면 아마 중간에 아인 부족으로 인해 지금의 느낌이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인하사드의 축복'인 것 같습니다. 엔씨소프트에서 이벤트로 꾸준히 주고 있긴 한데, 많이 하면 많이 하는대로, 적게하면 적게 하는대로 부족한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네요.
레벨이 오를수록 아인하사드의 축복 소모는 빨라지지만 대신 '득템의 기회'가 열려있는 것이 리니지이고, 한 번의 강화 성공으로 부족한 것들을 메워나갈 수 있기에 리니지M의 매력과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변신 카드를 가지고 있는 유저들을 보면 부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현재에 만족하면서 다음 찾아올 득템을 기다리며 오늘도 에바 던전으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게임인사이트 최호경 기자 press@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