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월화극 '쌈 마이웨이'를 마친 송하윤은 살짝 상기된 모습이었다.
아직 백설희라는 캐릭터와 작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컸다. "오늘은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인터뷰 중간 중간 촬영 당시의 감정이 떠오른건지 울컥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꾼' 백설희와 다름없이 애교 많은 눈웃음과 콧소리로 조근조근 자신의 생각을 이어나갔다.
송하윤은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을 맡아 무한 응원을 받아냈다. 그는 6년차 커플의 연애와 이별, 그리고 재회를 실감나게 그려내며 몰입을 높였다. 초반에는 김주만(안재홍)의 것은 1순위로 챙기면서도 자신은 화장품 하나 새로 사지 못하고 샘플로 연명하며 예비 시댁에 충성하는 '김주만 바라기'로 씩씩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짠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중후반부에는 이별을 직감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여자의 미련과 아픔을 선명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아닌 줄 알면서도 이별 후폭풍에 흔들리는 여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냈다. 너무나 현실적인 백설희와 김주만의 연애와 이별에 시청자는 마치 자신의 일이라도 된 것처럼 빠져들었고, 이들 커플은 주인공인 고동만(박서준)-최애라(김지원)에 못지 않은 존재감과 인기를 과시했다. 이들에 대한 지지는 중후반부 맥이 빠질 것 같았던 '쌈 마이웨이'가 재도약하는 원동력이 되어줬다.
"나도 설희를 연기하며 느꼈던 건데 설희와 주만의 사랑 이야기가 보통 우리한테 일어나는 스토리였던 것 같다. 과거에 나를 위로하지 못했던 걸 설희한테 풀었던 게 아닐까 싶다. 원래 사랑이 좀 지나고 나면 '그때 그랬지' 하고 얘기했던 부분들이 있다. 슬픔과 외로움은 애써 외면하려는 심리가 있는데 자신이 과거에 위로해주지 못했던 걸 설희를 보며 공감하고 위로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랬다. '나도 이랬었지. 이런 말 들은 적 있지' 하고 설희를 응원하고 공감하고 그랬다."
송하윤 본인도 설희에게 깊게 감정이입을 했다는 설명이다. 자신과 성격적으로, 행동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최대한 캐릭터에 녹아들려고 노력했다고.
"나도 사랑하면 올인하는 스타일이고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 설희처럼 집안일을 챙기거나 하는데 익숙했다. 무엇보다 감정선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내가 설희를 연기하며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 어떤 작품이든 연기할 때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제3자인 내가 나타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정말 이 캐릭터로 살고 있으면 이해 안될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오월이할 때 많이 죽고 살아나고 했을 때도 '내가 오월이로 살고 있는데 이해 못할 인생은 없다. 최선을 다해 아프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면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작가님이 굉장히 디테일하셨다. 설희 뿐 아니라 동만이 애라 주만이 전부 캐릭터가 있고 이유가 있다. 그래서 몰입할 수 있었다.
어쨌든 설희는 주만이에게 200% 푹 빠져있었다. 그래서 자신은 샘플 화장품으로 연명하면서도 주만의 것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엄마 가슴에 대못 박으면서도 예비 시댁에 충성했으며 주만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애써 모른척 하려 했다.
"이해 못하는 부분은 없었다. 워낙 감정선이 예민한 연기를 하다 보니 주만이와 대화가 많이 필요했다. 헤어지는 라인이었기 때문에 주만이와 나의 감정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살짝 연기를 다르게 해도 우리는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최대한 현실적으로 연기할 수 있게끔 했다. 답답하다, 참는다는 느낌보다 내가 사랑하니까 라는 이유가 가장 우선이었던 것 같다. 사랑하면 이성이든 동성이든 가족이든 그 어떤 것도 무섭거나 어려운 건 없는 것 같다. 설희를 연기할 때 그게 가장 중점이었다. 아파도 사랑하니까 더 사랑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달렸던 것 같다. 지금도 마음에 많이 남아있다."
일부는 외모도 예쁘고 착하고 살림 솜씨까지 좋은 설희가 왜 평범하다 못해 바람까지 피는 주만에게 빠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도대체 주만의 매력은 뭘까. 그리고 그런 김주만을 연기한 안재홍은 어떤 배우일까.
"어릴 때는 셔츠 걷고 일하는 남자의 모습에 갑자기 두근거리기도 하고 내가 어리바리 할 때 나서주는 남자를 보고 콩깍지가 씌이기도 한다. 설희도 마찬가지다. 과거신에도 그런 모습이 나온다. 특별하게 찾아오는 게 아니라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런 사랑의 느낌이었다. 설희 역에 캐스팅 되기 전부터 대본에 빠져서 너무 간절하게 설희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때부터 주만이에게 빠져있었다. 제작발표회 할 때 쯤에는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라 주만이에 대한 감정이 정말 커져있었다. 더 잡고 싶고 간절했다. 연기하면서 재홍이가 어떤 사람인지 따로 생각한 게 아니라 설희의 눈으로 재홍이를 주만이로 봤기 때문에 아직 재홍이가 어떻다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모임이 다시 있으니까 그때 보면 느끼지 않을까 싶다."
체력적으로도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 일정은 버거웠고, 심적으로도 실제 이별을 맞이하는 것처럼 고통이 따랐다. 하지만 그러한 설희를 연기하며 자신의 과거를 위로하고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그래서 '쌈 마이웨이'의 모든 장면은 송하윤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모든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경험 상 시작하고 두근두근거리고 할 때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헤어질 때는 1분 1초가 굉장히 아쉽고 잡고 싶고 꼼꼼하게 상대에 집중해서 보게되는 것 같다. 주만이와 설희의 라인은 권태에서부터 이별까지의 단계였기 때문에 방송에서는 지나가듯 몇 초만 나오는 신도 긴장하고 찍었다. 작은 게 쌓여서 큰 스토리가 됐기 때문에 하나하나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설희 대사는 아픈 대사가 많았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맞다는 느낌이 든다. 주만이와 설희를 연기할 때도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만이를 많이 사랑한다는 느낌만 있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