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에는 선발 투수들이 최소 5이닝 정도는 막는 야구를 해야한다."
올스타 휴식기가 끝나고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선발진 역할을 강조했다. NC는 전반기에 불펜 의존도가 가장 높은 팀이었다. 1선발 활약을 해주던 제프 맨쉽이 팔꿈치 부상으로 빠지고, 국내 선발들도 부진했다. 이재학 최금강 구창모 장현식 등 젊은 투수들은 아직 안정감이 떨어져 들쑥날쑥한 투구를 했다.
1위 KIA 타이거즈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만큼, 반격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불펜야구 보다는 선발야구다. 국내 선발들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NC는 후반기 첫 경기였던 18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 선발로 이재학을 예고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맨쉽은 아직 주 2회 등판이 부담스럽다고해 첫 경기에 내기 힘들었고, 에릭 해커도 뒷목 통증 여파가 남아 컨디션이 80%밖에 안됐다.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이재학이었다.
한화를 상대한 이재학은 압도적인 모습까지는 아니었어도 제 몫을 했다. 5이닝을 끌어주면서 5안타 3탈삼진 2볼넷 3실점으로 선발 투수로 해야하는 기본 성적을 냈다. 타선도 이재학을 도왔다. 이재학이 역전을 허용한 후 곧바로 동점, 재역전에 성공하면서 승리 요건을 만들어줬다. 이재학은 시즌 4승을 챙겼고, NC도 3연패를 끊었다. 후반기 출발이 좋다.
김경문 감독도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이재학이 좋은 역할을 해줬다"며 칭찬했고, 이튿날 경기를 앞두고도 이재학을 잊지 않고 언급했다. 김 감독은 "첫번째 경기에서 승리를 땄다는 것이 팀에게 좋은 영향을 줬다. 이재학 스스로도 자신감이 더 생겼을 것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선발로 기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 고맙다"고 말했다.
이재학은 최근 머리를 짧게 잘랐다. 김경문 감독은 헤어스타일을 유심히 지켜보고는 "어떻게든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이제 결혼도 했으니 책임감이 클 것이다. 어제도 어떻게든 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나 역시 최대한 기다린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재학이 좋은 스타트를 끊으면서 NC도 한 시름 덜었다. 앞으로 남아있는 후반기 재반격을 위해서는 국내 선발들의 릴레이 활약이 필요하다.
청주=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