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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방패' 박지수 "아빠 내가 꼭 낫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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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축구를 시작한 계기는 단순하다.

잘 뛰어서, 그리고 공부가 싫어서다. 그게 아니면 코치의 권유 또는 부모님의 바람 정도다.

그런데 박지수(23·경남)는 조금 다르다. 때는 2004년, 초등학교 4학년이던 박지수는 궁금했다. "왜 아빠는 다리 아프지? 어떻게 하면 낫지…." 그래서 떠올렸다. "내가 낫게 해드려야지."

11세 소년 박지수는 돈을 마련할 궁리를 했다. 그의 머리를 스친 아이디어. "축구 선수를 해서 성공하면 되겠구나."

운동이라면 자신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반대했다. 축구선수는 다리를 다칠 가능성이 높으니까. 박지수의 아버지는 소아마비 환자다. 목발에 의지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 아들은 몸 성히 자라길 원했다. 아버지의 마음이다.

부모님 말씀이면 자다가도 고개를 끄덕이던 박지수다. 한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오히려 큰소리를 냈다. "아! 나를 믿으라고.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아빠 다리 낫게 해준다고!" 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 아버지의 다리. 박지수가 축구화를 신은 이유다. 즐거움, 자기만족은 사치였다. 그를 지탱하는 힘, 그건 절박함과 간절함이었다. 그래서 그 흔한 투정도 부리지 않았다. 초등학생 박지수의 모습이었다.

쭉쭉 컸다. 인천 유스 대건고를 거친 그는 우선지명으로 2013년 인천에 입단했다. "K리그는 모든 유망주의 꿈이다. 나도 이제 빛을 보겠다 싶었다."

그런데 프로의 벽은 높디 높았다.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구단의 사실상 방출 통보. 19세 박지수의 눈 앞이 깜깜했다. "열심히 뛰어서 빨리 돈 모아야 되는데…."

어린 나이에 느낀 좌절의 무게. 결국 무너졌다. 축구를 관두려했다. "가망이 없다고 봤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괴로웠던 순간이다."

아버지가 박지수를 붙잡았다. "그래도 한 번 시작했고, 잘 해왔는데 이겨낼 수 있지 않겠니." 투정 한 번 없던 의젓한 막내 아들 박지수가 아버지에게 대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후회되고 죄송한 기억이다. '아빠는 내 마음도 모르잖아'라고 했다."

산산조각난 박지수의 멘탈을 다잡은 건 다섯 살 터울의 친 형이었다. "박지수. 너 그 정도 밖에 안돼? 그렇게 하려고 축구 시작했어? 정신 차려라."

박지수는 "조용하던 형이 그렇게 말하니 정신 번쩍 들었다.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고 했다.

2014년 K3 의정부FC에 입단했다. 박지수는 "그 때 운동을 엄청 했다. 하루 세 타임씩 훈련을 했고, 매일 전력으로 뛰면서 언덕을 오르내렸다"고 말했다.

큰 변화가 생겼다. 힘과 스피드가 폭발적으로 향상됐다. 박지수는 2015년 테스트를 통해 경남에 둥지를 틀었다.

바로 주전을 꿰찼다. 2015년 리그 28경기에 나서더니 2015년엔 35경기에 출전했다. 어떤 공격수를 만나도 속도와 힘으로 찍어 눌렀다. 그리고 2017년. 박지수는 축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1위를 맛보고 있다. 경남은 챌린지 단독 선두다.

박지수는 "지금까지 1위나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요즘 너무 즐겁다"며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강해져서 꼭 아버지 낫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이 리그 1위 하고 있는데 선수들 더 힘낼 수 있도록 팬들께서 경기장 많이 찾아주시길 바란다"며 웃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