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군주-가면의 주인'은 배우들의 연기로 개연성을 쌓아갔던 케이스다.
사극 특성상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했음에도 연기 구멍이 없었던 탓에 시청자는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캐릭터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개성과 연기를 뽐낼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배우들 간의 합이 좋았다는 얘기다. 극중 천민 이선 역을 맡아 세자 이선 역의 유승호, 한가은 역의 김소현과 호흡을 맞췄던 인피니트 엘(김명수) 또한 출연진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7개월을 함께 하면서 정이 너무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연륜 있는 선배님들이 많으시니까 걱정도 되고 긴장도 많이 했다. 그런데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작품이 끝나고 배우들을 많이 못 본다는 게 서운하다."
한가은을 사이에 두고 대립했던 연적 유승호와는 반려묘 이야기로 마음을 맞췄다. 반려묘를 키우는 이들을 흔히 '집사'라고 하는데, 이 집사 유대감으로 쉽게 친해졌다고.
"드라마 촬영 전 테스트 촬영을 했다. 배우들끼리 연락도 많이 하고 많이 봤다. 작품에 대한 얘기 전에 사적인 얘기를 먼저 했다. 우리 네 명이 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서 승호랑 고양이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다. 일본에서 어떤 간식이 유명하다더라, 털갈이 시즌 아니냐 그런 얘기 하면서 작품 얘기도 자연스럽게 했다. 현장에서도 의견을 많이 나눴다. 승호가 굉장히 순하고 착하다. 나도 긍정적인데 각자 반려묘로 마음이 열리다 보니 말하기가 편하더라. 아역배우부터 시작한 아이니까 배울 게 많았다. 그 친구도 좋은 얘기 많이 해줬다."
절절한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김소현과는 서로 서로 응원하며 힘을 불어넣어줬다. "나이가 어려도 아역배우 출신이고. 내가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고 작품에 들어왔다. 소현이랑 붙는 신이 되게 많았다. 승호와는 떨어져서 대립하는 관계였는데 소현이랑은 계속 붙다 보니 서로 응원하며 재미있게 촬영했다"는 설명이다.
가장 도움을 많이 준 건 편수회 대목 허준호와 대비 김선경이었다. "허준호 선배님은 대목과는 너무 다르셔서 처음엔 당황했다. 연기할 때 상대방 눈을 보며 같이 호흡하라는 등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김선경 선배님은 '엄마'라고 부른다. 선배님도 나를 아들이라고 해주신다. 대비와 대목과는 많이 부딪히고 갈등도 많았다. 그래도 선배님들의 호흡에 감정선을 맞추다 보니 잘할 수 있었다. 처음에 긴장하고 어려운 선배님들이었는데 편하게 대해주셔서 잘 적응했다."
천민 이선을 연기하는 건 쉽지 않았다. 캐릭터가 천민에서 왕으로, 극과 극 신분 상승을 하다 보니 감정선의 변화가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 또 가면을 쓰고 연기해야 하는 핸디캡까지 있었다. 가면을 쓰면 표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 만큼 목소리와 눈빛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큰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엘은 첫 사극 도전임에도 이런 난관을 훌륭하게 극복해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공을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돌렸다.
"처음엔 이선 캐릭터 자체가 감정선이 넓고 천민에서 왕이 되는 걸 연기해야 하다 보니까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다. 아역에서 성인, 천민에서 왕이 되니 어투 행동 등이 아예 달랐다. 그런부분을 연습을 많이 했다. 천민일 때 감정선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두려움 분노 등 단일 감정이 쌓여가면서 뒤로 가면 복합 감정이 나온다. 걱정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정말 디렉팅을 자세하게 주셨다. 또 우리 드라마는 촬영 시작 전부터 리딩을 많이 했다. 사전제작인데 5회차마다 대본 리딩을 했다. 대본을 숙지한 상태에서 연기를 하니 감정선이 잘 쌓였던 것 같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