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밖에 생각안했어요."
'테크니션' 류승우의 마음 속에는 오로지 제주 뿐이었다. 류승우가 돌아왔다. 류승우는 11일 친정팀 제주로 복귀했다. 2013년 자유계약으로 제주에 입단한 류승우는 육성 차원에서 이듬해 레버쿠젠으로 위탁 임대됐다.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K리그 복귀를 알아보던 류승우는 일찌감치 제주행을 결심했다. 레버쿠젠이 마지막까지 요구했던 이적료까지 직접 풀었다. 류승우는 "몇몇 팀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오로지 제주만을 생각했다. 협상도 안했다. 내 장래를 위해 호의롭게 보내주셨고, 힘들때 다시 손을 잡아준 구단이다. 도장을 찍고 제주행을 확정지으니까 뭔가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했다.
많은 기대 속에 독일행을 결심했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다. 2014년 12월 레버쿠젠으로 완전 이적한 류승우는 독일 2부리그에서 임대 생활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아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2014~2015시즌)와 아르미니아 빌레펠트(2015~2016시즌)를 거쳤다. 2016~2017시즌에는 헝가리 1부 리그 페렌츠 바로시까지 진출했다. 사실 올 겨울에도 제주가 복귀 제안을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유럽에 남고 싶은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연습경기 도중 어깨를 다치는 큰 부상으로 미련을 접었다. 류승우는 "잘해보고자 헝가리까지 왔다. 하지만 내 의욕과 달리 부상까지 하니까 지치더라. 해볼때까지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련없이 돌아오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눈에 띄는 성과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류승우는 유럽에서 시간을 보내며 한뼘 더 자랐다. 그는 "대학생 신분으로 아무 것도 모르고 갔다. 솔직히 고생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이 했다"고 했다. 유럽에서도 K리그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류승우는 "독일에 있을때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봤다. 확실히 제주 경기부터 챙기게 되더라"고 웃었다. 제주에는 이창민 이찬동 이창근 등 올림픽대표팀 시절 함께 한 동료들이 제법된다. 류승우는 "제주에 대해 자주 물어봤다. 좋은 이야기만 해주더라"고 했다.
아직 정식 복귀전을 치른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류승우다. 류승우는 "부모님이 '가까워졌으니까 이제 경기를 볼 수 있네'라고 좋아하시더라. 나도 같은 언어를 쓰고, 한국 음식을 먹고, 익숙한 분위기 속에서 하니까 확실히 좋다"고 했다.
지금 류승우는 재활 중이다. 헝가리에서 연습경기 중 다친 어깨가 아직 다 낫지 않았다. 류승우는 "런닝도 하고, 볼도 찰 수 있는데 아직 몸싸움까지는 할 수 없다. 한달 정도 더 재활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급하게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류승우는 "K리그가 만만한 곳이 아니다.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회복 잘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게 먼저다. 독일에서 프로 생활을 했지만 K리그에서는 도전자 입장이다. 몸을 잘 만들어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공격포인트를 얼마나 올려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나를 다시 받아준 제주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류승우의 축구인생 2막이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