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이시영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이시영은 MBC 월화극 '파수꾼'에서 조수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조수지는 복싱선수 출신 형사로 딸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파수꾼이 된 인물이다. 단편적인 캐릭터 설명만 봐도 조수지는 여배우가 소화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파워풀한 액션은 물론 딸에 대한 모성애, 악에 대한 분노, 그들을 응징학 위한 카리스마 등 복잡한 상황과 감정을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시영의 캐스팅 소식이 들렸을 때 대중은 반색을 표했다. 이시영은 실제로 복싱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연예계 대표 걸크러시 스타인데다 '꽃보다 남자' '부자의 탄생' '골든 크로스' 등 출연작마다 안정적인 연기로 인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시영은 그런 팬들의 기대에 정확히 부응했다.
모두가 기대했던 액션 연기부터 남달랐다. 오토바이 추격신은 기본이고 달리는 차에 매달리고 건물 외벽을 타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나드는 아찔한 액션까지 모두 직접 소화해냈다. 남자 배우도 소화하기 어려운 고난도 액션조차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해내며 여배우 액션에 대한 기대치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감성 연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딸을 잃은 엄마의 애끓는 모성애, 윤승로(최무성)에 대한 분노, 장도한(김영광)에 대한 의심, 연민, 배신으로 인한 충격까지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짧은 순간에도 복합적인 감정을 폭발시키는 이시영의 저력에 힘입어 '파수꾼'의 이야기는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생생하게 전달되는 감정 연기는 선과 악의 단조로운 대비로 끝났을 캐릭터의 관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극에 개연성을 더해줬다. 이에 '이시영의 연기가 드라마의 힘'이라는 호평까지 나왔다.
드라마든 영화든 여배우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건 오래 전부터 지적됐던 문제다. 여배우가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정적이고, 그러다 보니 30대 여배우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시영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열정과 힘으로 '하드캐리'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믿고 보는 배우'란 타이틀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걸 온 몸을 던진 감성 액션으로 입증한 셈이다.
'파수꾼'은 11일 종영한다. '파수꾼' 후속으로는 '왕은 사랑한다'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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