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월화극 '쌈 마이웨이'는 안재홍과 송하윤이라는 배우를 재발견 하게 해 준 드라마였다.
안재홍과 송하윤은 '쌈 마이웨이'에서 6년차 커플 김주만, 백설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비록 서브 커플이었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막강했다. 오래된 연인들의 권태와 이별, 그리고 사랑을 절절하게 그려내며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안재홍은 나쁜 남자 김주만 캐릭터를 공감형 캐릭터로 승화시켰다. 김주만은 흙수저 인생에 지쳐 금수저 인턴 장예진(표예진)의 대시에 흔들리고 그 대가로 자신만을 바라보고 헌신했던 백설희를 잃는다. 지조 없는 김주만의 행각은 많은 이들을 공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김주만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특급은 못해줘도 중간은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6년을 고생해도 그 중간이 어렵더라"는 그의 울부짖음은 평생을 일개미처럼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흙수저의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안재홍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소중한 걸 잊어버린 김주만을 극 사실주의 연기로 풀어내며 몰입을 높였다.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 역을 맡아 순정파 연기로 극에 활력을 더했던 안재홍이 이번에는 이기적이지만 짠한 사랑법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훔치는데 성공한 것이다.
송하윤은 답답할 만큼 착한 백설희 역으로 무한 응원을 받아냈다. 김주만의 것은 1순위로 챙기면서도 자신은 화장품 하나 새로 사지 못하고 샘플로 연명하며 예비 시댁에 충성하는 백설희의 모습은 보는 이를 안쓰럽게 했다. 송하윤의 팔색조 연기는 그런 백설희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극 초반에는 '김주만 바라기'로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였고, 중후반부에는 이별을 직감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여자의 미련과 아픔을 선명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이별 후폭풍에 흔들리는 심리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몰입을 높였다. 그래서 시청자는 더더욱 헌신하다 헌신짝 된 백설희의 이별에 공감하고, 그의 홀로서기를 응원했다. '내 딸 금사월'에서 기억을 잃고 어린 아이의 지능을 갖게 된 홍도 캐릭터부터 기억을 되찾고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한 주오월 캐릭터까지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던 송하윤이 공감 연기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 셈이다.
이와 같은 안재홍과 송하윤의 현실 연기에 김주만-백설희 커플의 이야기는 주인공 커플인 고동만(박서준)-최애라(김지원)의 이야기에 뒤지지 않는 파급력을 보여줬다. 많은 이들이 김주만-백설희 커플의 현실 연애에 공감과 응원을 보냈다. 그 관심은 시청률로 직결됐다. 김주만-백설희 커플의 위기와 이별 이야기가 펼쳐지며 시청률이 상승세를 보이더니 1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세웠다. 확실한 서브 커플 파워를 보여준 셈이다.
정봉이와 오월이를 벗어던지고 맡는 캐릭터마다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두 배우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쌈 마이웨이'는 11일 종영한다. 후속으로는 '학교 2017'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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