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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종훈 "'헬스걸' 살빼서 캐릭터 잃었단건 틀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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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개그맨 이종훈이 진정한 '헬스보이'로 거듭났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이승윤이 '헬스보이'(2007) 코너를 통해 새로운 장르의 포문을 연 뒤, 2011년 이종훈은 개그우먼 권미진과 이희경과 손잡고 이를 여성판으로 발전시킨 '헬스걸' 아이디어로 '헬스개그'의 황금기를 가져왔다. 2015년 '라스트 헬스보이'에서는 김수영 이창호와 함께 체형 맞춤형 트레이닝으로 또 한 번 기적을 보여줬다.

'헬스보이'는 끝났지만 이종훈은 남들이 보건 보지 않건 운동과 관리를 꾸준히 지속했다. 최근에는 '2017 NICA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클래식피지크 부문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으로 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몸짱 개그맨'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얻을 수 있을텐데, 적게는 몇 개월 많게는 몇 년이 걸리는 혹독한 자기와의 싸움을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몸 관리를 열심히 하는 줄을 알았지만 대회까지 나갈 줄은 예상 못했다.

▶나 또한 스스로 만족을 위해 운동을 해 왔고 보디빌딩 대회까지 나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쪽 분야에 있는 지인이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회에 나가보는게 어떻냐고 추천했다. 내가 선수들과 겨뤄서 비교가 되겠냐고 했는데, 그 친구가 '맨날 남들 운동하는 것만 도와주지만 말고 자신을 위해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 그 말에 마음이 움직여 나를 위한 도전을 하게 됐다.

-코미디에서 보디빌딩으로 전향했나 싶었다. 전공도 사회체육이고.

▶하하. 어릴 때부터 내 일기장엔 개그맨이 되겠다고 써 왔다. 그 꿈은 이제껏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공부에는 취미가 없었고, 혹시 운동을 잘 하면 개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체대로 진학했다. 대학 시절에도 수업 끝나면 바로 대학로 달려가서 아마추어 생활을 했을 정도다.

-대회 출전은 취미 생활의 연장인건가.

▶꼭 그것만은 아니다. 난 선수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기에 허투루 나가긴 싫었다. 대회에 나가 경력도 쌓고 전문 지식도 쌓고 선수들의 인정을 받는다면 앞으로 '헬스보이' 같은 콘텐츠를 또 하게 됐을 때 더욱 설득력이 생길거라고 믿고 있다. 운동과 접목한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개그 요소와 결합해 재미있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운동법을 알려주고 싶다. 운동 뿐 아니라, 건강한 음식에 대해서도 나름의 노하우도 전달하고 싶다. 실제로 지금 유세윤 형과 같이 준비 중인 콘텐츠가 있다. 먹방과 운동을 조화시켰는데 꽤 재미있는 상황들이 나오더라. 이런 건강 콘텐츠 분야에 있어서 하나의 대명사 같은 존재가 되는게 목표다.

-이번 대회 1등으로 2015년 대회 출전했던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5년 나바코리아 WFF 챔피언십이 첫 도전이었다. 내가 열심히 운동했는데 기왕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나. 근데 그 대회에서 전혀 부각되지 않았고 이후 더 열심히 몸을 만들어서 올해 재도전을 하게 된 것. 사람들은 2등은 기억하지 않더라. 이번에 1등을 하고 나서야 비로서 2년전 출전이 다시 회자되더라. 첫 출전에 2등도 대단한 성적이지만, 당시 인순이 선배님이 나왔다. 내 인지도 자체도 약했지만 '남자보다는 여자, 어린 사람보다는 나이 많은 사람, 인지도 낮은 사람보다 높은 사람'이 더 관심이 가는 법인데 선배님보다 강한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웃음) 나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힘들었던 준비 과정에 비해 결과가 너무 묻혀서 공허함이 있었다.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았지만 끝나고 돌아가는데 눈물이 나더라. 그때 오기랄까? 다음엔 제대로 준비해서 꼭 1등도 하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2016년에는 왜 출전하지 않았나?

▶시기를 정해놓지 않았다. '내가 준비되면 출전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작년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겼다. 어설프게 출전해 봤자 이슈몰이로 밖에 안 되지 않나.

-드라마틱한 체형 변화야말로 '헬스걸'의 인기 비결이었다. 혹독한 다이어트 도전자들을 어떻게 찾았나.

▶사실 남성보다 여성들이 몸매 관리에 관심이 더 크잖나. 당시 친했던 이희경과 권미진에게 '헬스걸'에 대해 의견을 구했는데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며 호응해 줬다. 또 두 사람 모두 개그우먼으로서 성공과는 별개로 한 명의 여자로서의 행복을 찾고 싶다며 도전 의지를 보여줬다. 많은 사람들이 '살 빼고 개그 캐릭터 잃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다. 두 사람은 지금도 나한테 고맙다고 할 정도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살을 빼도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개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일 뿐, 결코 실패가 아니다.

-주변에서 체형관리 도와달라는 요청 많을텐데 실제 트레이닝 해주고 있는 사람이 있나?

▶'나 살 좀 빼줘'라는 말이 나한테는 거의 안부인사다. 내가 도와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본인의 의지의 문제다. 지금 유세윤 형과 같이 운동을 하고 있다. 세윤 형은 '내가 지금 38살인데 40살에 화보 찍는게 목표야. 급하게 할 마음은 절대 없고 꾸준히 준비할거야. 지금부터 운동 좀 알려줘'라고 구체적이고 충분히 가능한 목표를 제시 하더라. 게다가 그렇게 바쁜 형이 내 운동 스케줄에 맞춰준다. 그러니 안 도와줄 이유가 없다. 2년 후 유세윤의 변화 기대해도 좋을 거 같다.

-'헬스걸' 이전부터 이미 운동을 꾸준히 했다고 들었는데 몸 관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아마추어 시절 한 방송에서 김종국 형을 처음 봤다. 팔근육 때문에 티셔츠 소매가 터질 듯한 모습이 남자가 봐도 멋있더라. 그래서 김종국 형을 목표로 운동을 했다. 얼마전 우연히 양세찬을 만나게 돼서 김종국 형이랑 나랑 비교했을 때 어떤지 물었다. 지금 상태로 봤을 때 내가 더 몸이 좋다고 하더라. 너무 기분이 좋아서 운동 이미 하고 왓는데 또 하고 왔다. 하하. 기회되면 김종국 형하고 화보 한 번 찍어 보고 싶다. 아, 그리고 팔씨름도. 개그맨 팔씨름 1등을 자부하기 때문에, 딴건 몰라도 팔씨름은 이길 자신 있다.

-보디빌딩 대회는 또 나갈 생각이 있나?

▶글쎄. 고민 중이다. 1년에 한 번은 나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대회를 준비하는 자체가 나의 생활을 다잡는 원동력이 된다. 스스로 절제하고 조절하게 되더라. 그렇게 자기관리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운동과 개그를 병행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대회는 나가되 우승보다는 즐기는 것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 한다.

-보디빌딩만 1등이 아니다. '웃찾사'에서 '미운 우리 히어로'로 레전드 매치 1위를 했었다.

▶사실 '웃찾사' 제작진으로부터 섭외를 받았을 당시도 이미 프로그램은 위기였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도와보겠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그런데 결국은 도움이 못 된거 같아 죄송하다.

-얼굴 공개를 우승 공약으로 걸어서 4주간 가면을 쓰고 출연했는데 1위 못할까봐 걱정되지 않았나?

▶전혀. 내 얼굴 방송에 안 나가도 되니까 시청자들이 누군지 궁금해서라도 한 번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만약 1등을 못했으면 진짜 얼굴을 안 보여줄 생각이었다. 주위에서 "야, 네 얼굴 한 번이라도 카메라에 더 비춰야지"라고들 걱정했지만 그런건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도우려는 마음으로 출연했으나 결국 종영해 더 아쉽겠다.

▶사실 요즘 제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윤형빈 소극장에서 후배들 가르치는 일이다. 공채 후배들이 들어와도 개그를 해 본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런 후배들을 바로 무대에 세우려다보면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서로 지친다. 과거에는 소극장이 활성화 되고 개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 넘치는 친구들이 많이 뽑혔는데, 요즘은 그저 스펙 좋은 신입들이 많아 걱정된다. 윤형빈 형도 운동 좋아하는 형인데 다 뒤로 하고 후배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만약 공개 코미디가 부활한다면 우리가 조금이나마 일조할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도 개그맨 이종훈의 모습은 '쇼그맨'(박성호 김재욱 김원효 정범균 이종훈 5인조 개그 공연)에서 만나 볼 수 있겠다.

▶물론이다. '쇼그맨'은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한 활동인데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반응이 무척 뜨겁다. 올해도 연말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 찼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후배들이 방송 없으면 개그맨은 죽는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쇼그맨' 같은 시스템이 활성화 된다면 코너가 없을 때는 공연을 하면서 내공을 다지고 방송을 준비할 수 있는.

ran613@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