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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미친 이적시장, 그 속에 담긴 이적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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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부터 해보자. 경제학 용어 중 '수요공급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품에 관한 시장수요량 및 시장공급량, 시장가격과의 관계에 관한 법칙이다. 경쟁적인 시장에 있어서의 시장가격과 시장거래량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상호교섭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다. 시장가격이 시장의 균형가격보다 높아졌을 때, 그 시장가격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작아지면 시장가격은 균형가격을 향해 하락한다. 반대로 시장가격이 균형가격보다 하락했을 때, 대응하는 수요가 공급보다 커지면 시장가격은 균형가격을 향해 상승하게 된다.

거창하게 경제학 이론을 서두에 꺼낸 이유는 미쳐 돌아가고 있는 최근의 이적시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맨유는 11일(한국시각) 로멜루 루카쿠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그의 이적료는 7500만파운드, 우리 돈으로 무려 1115억원이다. 지난해 맨유 유니폼을 입을 당시 폴 포그바의 이적료 9340만파운드에 이어 역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뿐만 아니다. '짠돌이'로 유명한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 역시 이 '미친 대열'에 합류했다. '리그1 최고의 공격수'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를 리옹에서 데려오는데 5200만파운드(약 774억원)을 투자했다. 2013년 메주트 외질을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하면서 지불한 클럽 레코드 4240만파운드(약 629억원)를 가볍게 넘었다. 맨시티는 미드필더 베르나르도 실바와 골키퍼 에데르송, 두 선수를 영입하는데 8000만 파운드(약 1155억원)에 달하는 돈을 썼다. 올 여름이적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에버턴은 마이클 킨, 조던 픽포드, 다비 클라센, 산드로 라미레스, 그리고 웨인 루니 등을 더하는데 9600만파운드를 투자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큰손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아직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첼시, 맨시티, 아스널, 맨유 등은 또 다른 한방을 준비 중이다. 이들을 유혹할 대어는 여전히 남아있다. '제2의 앙리'로 불리며 빅클럽들의 구애를 한몸에 받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AS모나코)의 이적료는 이미 1억파운드를 넘은지 오래다. 특히, 최근 들어 더욱 더 귀해지고 있는 최전방 공격수에 대한 가치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알바로 모라타(레알 마드리드), 안드레아 벨로티(토리노) 등도 1000억원대 몸값을 기록할 수 있는 후보군이다.

기본적으로 이적료 셈법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맞춰 돌아간다. 기본적인 시세에 시장 상황에 따라 몸값이 결정된다. 앞서 언급한데로 최전방 공격수의 몸값이 유독 비싸진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러가지 변수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보자. 음바페의 몸값이 1억파운드를 호가 하는 것은 단순히 현재 가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향후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향후 더욱 유명해질 수 있다는 미래가치가 포함된 금액이다. 만약 음바페가 AS모나코에 잔류해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경우, 올 여름이적시장에서 그를 영입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국적, 소속팀과 계약 기간, 리그 이동 혹은 부상 여부 등이 이적료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델레 알리가 향후 세계 최고의 몸값을 기록할 후보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잉글랜드 국적이기 때문이다. EPL이 자국 선수 육성을 강조하는 홈그로운 정책을 도입하며 잉글랜드 선수들의 몸값에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하지만 최근의 이적시장은 이 모든 기본 공식을 뛰어넘는다. 말 그대로 부르는게 값이다. 물론 루카쿠는 좋은 선수다. EPL에서 이미 검증을 마쳤다. 하지만 맨유가 올 시즌 돌아가는 유럽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무대에서 뛴 적이 없다. 첼시와의 경쟁이 붙기는 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인지에는 아직 의문부호가 붙는다. 하지만 맨유는 주저없이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중소 클럽들 역시 2000~3000만파운드는 우습다. 스완지시티는 에버턴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길피 시구르드곤의 몸값으로 5000만파운드를 책정했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이 금액은 특급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지금 분위기라면 돈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오로지 좋은 매물만 나오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처럼 미친 이적료 시대가 열린 이유는 간단하다. 축구판에 돈이 돌기 때문이다. 러시아 재벌에 이어 중동, 미국, 최근에는 중국의 부호들까지 축구판에 뛰어들었다. 잠잠했던 세리에A의 AC밀란과 인터밀란이 중국 부호들이 인수된 이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부자들이 너도나도 구단들을 인수하며 돈을 쏟아붓고 있다. 마치 축구 시뮬레이션의 실사판 같은 현실이 펼쳐졌다. 이들이 투자한 돈은 중소클럽으로 유입되고, 중소클럽 역시 살아남기 위해 돈을 쓰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기본 시장이 커져버리며 그 금액의 단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졌다.

문제는 이 몸값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자의 가장 큰 목표는 우승이다. 이에 가장 가깝게 갈 수 있는 길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이미 유럽축구에서 '돈으로 트로피를 살 수 없다'는 틀린 명제가 되어버렸다. 과거 몇몇 구단만이 지불할 수 있었던 엄청난 이적료를 이제 많은 구단들이 쓸 수 있는만큼 좋은 선수들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가 설립한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최근 "이런 추세라면 2~3년 내에 이적료 2억유로(약 2600억원)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유럽축구연맹(UEFA)은 샐러리캡의 도입을 고민 중에 있다. 풍선처럼 커져버린 시장의 끝은 결국 폭발이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