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살을 붙인다고 무조건 재밌어 질까. 트렌드를 따라가면, 롱런할 수 있을까.
썰물처럼 빠져나간 요리 프로그램들, 포화 상태인 육아·관찰 포맷, 호화 출연진으로도 좀처럼 자리잡기 힘든 리얼버라이어티, 평균은 가지만 평균 이상이 힘든 음악방송, 단물 빠진 오디션 프로그램, '라스'가 되기 힘든 토크 방송들.
예능가 PD들이 소재 선택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기교없이 담백한 퀴즈 방송 KBS1 '우리말 겨루기'가 교훈을 안기고 있다.
2003년 시작된 '우리말 겨루기'는 6글자 제목 안에 프로그램 설명이 모두 담겨 있다. 말 그대로 '우리말을 겨루는 퀴즈 방송', 4인 대결에 이어 고득점 2인의 맞대결, 최종 우승자의 '달인 문제 도전'까지, 간단한 포맷으로 어느덧 15년차를 맞이했다.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은 방송을 보지 않은 사람들만의 몫이다.
'우리말'이라는 소재는 단 숨에 흡입력을 담보로 한다. 친숙하지만 난해한 문제들은 출연자 뿐 아니라 시청자에게 '도전 정신'을 선사한다. 정답을 알 경우 자랑스럽고, 모를 경우 곧바로 '배움'이 된다.
여기에 유재석 강호동이 부럽지 않은 엄지인 아나운서의 깔끔한 진행 솜씨까지 더해져, 시청률은 8%를 상회(닐슨코리아)한다.
단순함의 '오랜' 승리, 거대 출연자가 난무하고 자막과 CG,스튜디오와 야외을 오가며 VCR이 덕지덕지 붙은 예능 방송에 주는 교훈은 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지만, 이따금 연예인 출연자가 출연하면 또 다른 맛이 첨가 된다.
갓세븐 잭슨과 god 박준형이 출연한 지난해 4월 방송편은 오랫동안 회자되는 '레전드'로 꼽힌다. 외국인 아비가일, 로미나와 함께 출연한 이날 방송에서 잭슨과 박준형은 서툰 한국어 솜씨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방송보다 진지했다. 정답이 나올 때마다 얼싸안고 아이처럼 환호하는 모습, 어이없는 오답에 실망하는 두 사람은 인터넷 동영상으로 담겨 현재까지도 꾸준히 조회수가 늘고 있다. 우리말에 대한 그들의 갈증과 열정, 맑고 순수한 환희는 웃음 이상의 감동을 준다.
76세 사미자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성우 안지환, 방송인 조영구, 박슬기 등 다른 도전자들과의 우리말 퀴즈 대결에서 승리한 후, 달인 문제까지 맞춰 상금 1천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사미자의 달인 등극에 담당 유경탁 PD는 "그동안 공부를 꾸준히 해 오신 티가 나더라"며 "달인문제는 단기간 공부로는 풀 수 없는 난이도다. 사미자 선생님을 대단한 실력자로 인정하는 바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10일 방송에서는 심진화, 자두, 최현우, 김학도가 출연해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펼쳤고, 남편의 응원까지 받은 자두가 우승을 차지하며 290만원의 상금을 탔다. 자두는 그 어떤 예능방송에서의 활약보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남편과 포옹했고, 친오빠와 남편 김원효까지 '대동'한 심진화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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